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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방 - 악마, 환생 그리고
유동민 지음 / 좋은친구출판사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공포를 선사한 소설로 몰입도가 뛰어났다.
야릇한 분위기를 타고 악마와 마녀, 어둠의 존재가 등장한다.
전생과 현생,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기 때문에 스토리가 풍성하다.
단, 그로테스크한 장면도 있으니 소프트 공포물을 좋아한다면 각오해야 함.
"우욱!!!"
방 안의 모습은 지독히도 처참했다. 누가 누군지도 알 수 없는 시체 조각들이 한꺼번에
뒤섞여 진창을 이루었다. 인간의 희끄무레하며 붉은 내장들이 이곳저곳 흩어져
악취까지 내뿜자 만수는 구역질을 참기 힘들었다.
- 1부 각성 _ 118
<1부-각성>을 읽다가 인물 구성(?) 자체를 바꿔버리는 결말에 놀랐다.
<2부-악몽>과 <3부-춘화>에서는 환상과 현실의 수렁 속에서 혼란이 왔다!
<4부-인과>, <5부-자멸>은 스멀스멀 올라오는 생활 속 공포가 무서웠다.
예를 들자면 엘리베이터 안에 거울 속이라던가..
읽으면서도 대체 이게 꿈이야 진짜야 할 정도로 깊이 빠지는 맛이 압권이다.
조금 아쉬웠던 건, 여러 인물이 등장하면서 같은 사건을 또 다른 인물에게 설명하는 장면이었다.
다른 인물의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지루한 것과는 달랐지만 뒤 내용이 넘넘 궁금했던 나는
빨리빨리 넘기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야 했기 때문이다ㅋㅋ
*
6.26전쟁 이후 박순구라는 100세 노인은 자신이 가진 식량을 무기로 땅을 사들인다.
정당함이 아닌 비열함으로. 땅이나 물건 대신 사람을 사기도 하는데, 그런 그의 눈에
쌀을 얻으러 온 가난한 아비의 어린 딸이 들어온다.
한눈에 미모를 알아본 노인은 아비의 굶주림을 이용해 딸 '단월'을 손에 넣는다.
다음날 후회하며 딸을 찾으러 온 아비에게 원망을 품은 딸은, 노인에게 뜻밖의 제안을 한다.
"밥도 주지 말고, 물도 주지 말고, 그 3일이 지나서 밥 한 그릇과 저를 선택하라고 해보시오."
"그리하여도 널 선택하면?"
단월이의 어리고 고운 얼굴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무섭도록 서늘해졌다.
"그럴 리 없소. 이틀 굶고 날 판 거거든."
- 1부 각성 _25
이후 끔찍한 일이 발생하고ㅠㅠ(스포라 생략)
노인의 품에 안길 단월을 애처롭게 생각한 '수향'은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아이가
밤마다 같은 일을 겪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을 짝사랑하던 '만수'와 계략을 꾸민다.
하지만 이 계략을 실행하는 날의 밤은, 끔찍하고도 처참한 무한의 저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심각하고도 가슴 아픈 내용을 담고 있는 1부는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고 문장이 깔끔하다.
그래서 웃다가 놀랐다가 멍 때렸다가 정신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사투리도 한몫한다.
그리고 이 중에 환생하는 자와 또 다른 등장인물이 <2부>부터 등장하는데
감으로 때려잡는 형사와 연예인 같은 미색을 자랑하는 젊은 남자 형사의 케미가 좋다. 사심뿜뿜
점점 늪으로 빠져드는듯한 공포는 상상력이 더해질수록 섬뜩하고 무섭다ㅠ
요 며칠 이상한 것들을 본 것 때문일까. 태경의 무서움증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한번 무언가 겁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것. 작은 벌레까지도 곰 같은
맹수로 느껴지는 그런 거 말이다.
차 안의 실내등이라도 켤까? 아니다. 실내등을 켜면 상대적으로 어두운 밖이
잘 보이지 않는다. 조금만 참아보자.
- 2부 악몽 _159
작가가 15년의 시간을 기다린 글이 드디어 책으로 나왔다고 한다.
독자는 읽으면 바로 알 수 있다. 급하게 낸 책은 티가 난다.
아쉬움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 공포 소설로서 장르를 뛰어넘는 다양함과
색다른 공포의 즐거움, 토속적인 정겨움 속에서 등장하는 악마의 어둠은 신선했다.
알 수 없는 존재감에서 오는 공포보다는 심리적인 두려움과 압박감이 주는 공포가 강하다.
어떻게 전개가 될지 예상하는 것마다 빗나가는 맛이 쫄깃했다.
개인 취향이겠지만, 만만하게 볼 수 없는 호러 소설을 찾는다면 권하고 싶다.
1부 마지막은 나에게 충격을 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