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우리의 하늘이었다 아르볼 N클래식
패트릭 네스 지음, 로비나 카이 그림, 김지연 옮김 / 아르볼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명작! 하면 빠지지 않는 <모비 딕>을 고래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소설이다.

아직 <모비 딕>을 읽지 않은 터라, 원작과 비교하는 재미가 반감될까 봐 걱정했다.

하지만, '악이란 과연 어디서 탄생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독특하고도 섬뜩했던 '고래의 시선' 그 자체만으로도 신선했다.


시작부터 고래의 시선으로 나오는데, 관점의 차이로 인해 조금 둥절했다.

하늘과 바다를 두고 '깊이'라는 의미가 뒤바뀐 표현이라던가

어린 시절, 철부지였던 시절, 할머니라는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종족'이라는 단어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사람같이 느껴져서

한편으로는 감성적으로 몰입이 잘 되었다.



나를 밧세바라 불러 다오.


내 본명은 아니지만 지금부터 들려줄 이야기에서는 이 가명을 사용하려 한다.

예언에서도 자유롭고, 미래의 부담에서도 자유로우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 세상을 멸망시킬 운명에서도 자유로운 이름을 원하기 때문이다.


                                                          - 1. _7쪽


어린 여자 고래 '밧세바'가 주인공이다. 16살의 그녀(?)는 일등 항해사를 꿈꾼다.

인간을 사냥하며, 최종 목표는 학살자이자 전설의 악마 '토비 윅'을 찾아내어

반드시 죽이려는 알렉산드라 선장을 따라 항해를 시작한다.


자신의 종족을 무차별하게 죽이는 인간을 향한 증오와 복수심 사이에서

선장을 따라 '죽임과 죽음의 예언'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던 밧세바에게

난파된 배에서 살아남아 포로로 잡혀버린 인간과의 대화에서

'삶과 생명, 선'에 대한 갈망을 느끼지만 자각하지 못한다.



"인간들이 토비 윅을 닮고 싶어 할 때 꼭 지금의 너처럼 말하거든.

토비 윅이라는 이름을 이용해서 끔찍한 일들을 저지르고 싶을 때 말이야.

토비 윅이랑 싸우면 너도 똑같은 존재가 되는 거야."


"악마랑 싸우려면 악마가 되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지." 내가 대답했다.


"하지만 밧세바, 그 싸움의 끝에는 결국 악마만 남는 거 아니야?"


                                                   - 23. _99쪽


심해에서 겪는 다양한 일들과 심리적인 묘사가 음산한 배경과 암울한 분위기를 타고

강렬한 그림에서 정점을 찍는 바람에 시선 강탈을 당해버렸다.ㅋㅋ



 

내가 믿지 않았던 이유,

토비 윅을 신화로만 취급했던 ​이유를

여기서 딱 한 번만 말하려 한다.


그 이상은 내 심장이 견디지 못 할 테니까.


                        -13. _56쪽


알렉산드라 선장을 따라 나선 밧세바와 고래 선원들은 그들의 바람대로

토비 윅을 죽이고 무사히 귀환할 수 있을 것인가.

밧세바와 마음을 주고받은 인간 포로는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는 안 알려드림.


 

멋진 소설이다. 성인 동화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이제 <모비딕>을 읽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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