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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전쟁 - 잔혹한 세상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여성을 기록하다
수 로이드 로버츠 지음, 심수미 옮김 / 클 / 2019년 3월
평점 :
(주의: 충격적인 본문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도 가시지 않는 분노로 인해 손이 떨린다.
어떻게 이토록 철저히 은폐되어 있었단 말인가.
너무 화가 나고, 가슴이 먹먹해서 몇 번을 읽다가 멈췄는지 모른다.
20년 경력의 의사들조차 혀를 내둘렀던 '인도 여성 강간' 사건만 해도 그렇다.
그들은 자동차 잭으로 사용되는 녹슨 L자 모양의 철 막대를
그녀의 성기에 쑤셔 넣었다. 생식기와 복부, 내장까지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
강간범 중 하나는 몸속으로 손을 뻗쳐 창자의 일부를 뽑아내기도 했다.
강간의 책임은 여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옷'이 사건의 원인이고,
남성들은 극심한 도발의 희생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 10 세계에서 여자로 살기 가장 어려운 곳 본문 중 -
이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감비아에 갔을 때 이맘이라는 사람과의 인터뷰를 보면
정말 기막히고 어이가 없어서 저절로 욕지기가 올라온다.
이맘이란 이슬람교 교단의 지도자로서 학식이 뛰어난 이슬람 학자에 대한 존칭이다.
강제로 여성의 성기를 절제하는 할례로 시작해서 감금과 강제 노역은 기본이고
탈출한 여성이 도움을 청하자 강간한 신부부터 모른척하는 수녀들, 단체 살인, 인신매매,
14살의 성 노예... (더더더 어린 소녀들도 많다ㅠ
"소녀들은 여권을 빼앗기고, 방에 갇혀서 강간 당하고,
강제로 약물에 취하고, 두들겨맞고,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어요.
그리고 손님들은 그 옛날과 똑같아요. 이른바 '국제 평화 유지군' 말이에요."
- 7 유엔 평화 유지군이 지나는 자리 본문 중 -
이 책은 30년간 ITN과 BBC의 해외 특파원이었던 '수 로이드 로버츠' 여기자가 쓴 책이다.
인권 문제가 있는 곳이라면 일일이 찾아다니며 직접 인터뷰하고 경험하며
그 일화들을 정확한 정보로 담아내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출간 전 2015년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도대체 왜 전 세계 인구의 51퍼센트나 되는 여자는
21세기에도 여전히 평등하고 인간적인 대우를 받기 위해
운동을 벌여야 하는 걸까?
- 수 로이드 로버츠 2015 -
여성문제를 심층적으로 취재하며, 인권유린 실태를 파헤친 보도로
유럽 여성 공로상도 받았다고 한다.
한 명의 여성 기자로써, 삶이 너무 짧다는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미쳐 전하지 못한 수많은 일화를 더는 만날 수 없다니...
이것은 소중한 자료라고 생각한다.
번역자 또한 번역 훼손을 걱정하며 2년의 세월을 노력했다고 한다.
그래서 책 속에 언급되었던 문제가 지금은 일부 해결된 것도 있었다.
ㅡ아일랜드 낙태 허용 법안 통과
ㅡ사우디 아라비아 최초 여성 운전자
ㅡ영국에서 할례를 시도한 여성에게 유죄 선고를 내림
중요한 건, 여자와 남자 편가르기 따위가 아니다.
저자도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민주화 운동'에 희생된 성폭력 피해자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젠가는 끝이 날까요?"
그녀가 물었다.
"끝이 있다면 내가 죽기 전에 끝이 날까요? 내 두 눈으로 꼭 변화를 보고 싶지만,
적어도 우리 딸들만큼은 달라진 세상에서 살기를 바랍니다."
- 4 세계에서 가장 큰 여성 감옥 본문 중 -
지금 이 순간도 멈추지 않는
처참한 삶의 그녀들을 외면하고 싶지 않다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추천한다...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