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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곡
윤재성 지음 / 새움 / 2019년 3월
평점 :
다수의 편견에 맞서는 한 남자가 있다. 이름은 '형진'이다.
그와 마주치는 사람들은 끔찍한 괴물을 만난 듯 놀라거나 수군거린다.
온 몸이 흉측한 화상 자국으로 뒤덮여 처참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내 얼굴이 어떻게 된 거죠?"
"안면피부 대부분이 녹아내렸습니다. 불길에 직접적으로 노출됐어요.
재건수술을 한다 해도 예전처럼 돌아가긴 어려울 겁니다."
형진은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불길이 덮쳐들었다. 거대한 화염방사기가
삶의 희망들을 하나하나 태워 가는 기분이었다. 처음은 집이.
다음은 진아가. 이제는 남은 인생마저도.
- STORY _25
여동생 '진아'의 원룸 근처에서 수상한 남자를 발견하고 경고를 하기 위해 다가가자
갑자기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길이 그를 덮쳤고, 그 후 원룸도 불길에 휩싸이게 된다.
여동생을 살리지 못한 죄책감에 퇴원한 날로부터 범인을 찾아 헤매는데..
그의 진심보다는 징그러운 화상 흉터로 뒤덮인 겉모습과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발작을 차가운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
이해보다는 기피하고 멀리했다. 범인을 찾겠다는 일념에 그가 선택한 방법은
노숙자, 전과자로 전락하며 알코올에 의존하는 것이었다.
범인을 반드시 잡겠다는 일념으로 방화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달려가지만,
엉뚱하게도 그에게는 남는 것은 연쇄 방화범이라는 낙인이었다.
< 방화범이 앗아간 것은 인간의 자격이었다. >
읽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술술 넘어가는 흐름이 맘에 든 소설이다.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던 형진이 의욕이 넘치는 여기자를 만나면서 조금씩 가슴을 열고
무거운 짐을 조심스럽게 내려놓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여전히 그의 가슴에는 불신의 불이 꺼지지 않았기에 온전히 그녀를 믿지도 못하면서도
위급한 상황에서는 자신을 던지는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큰 줄기는 미친 방화범을 찾는 것이지만, 그 안에서 세력을 얻고자 살인도 저지르는
더러운 정치인과 부패한 권력 등 사회의 밑바닥의 모습도 찰지게 나온다.
마지막은 조금 감성적인 결말이라 아쉽기도 했고 호불호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무거웠던 주제를 가진 소설임에도 다 읽고 난후 따스한 감성이 남은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 작가의 다음 소설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