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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2월
평점 :
언제부터인가 그 소녀를 생각할 때마다 소고의 머릿속에는 인어 이미지가 떠올랐다.
인어는 걷지 못한다.
그래서 그 저택에서 소중히 보호받고 있는 것이다.
- 프롤로그 _13
흡입력이 상당합니다. 아무리 빨라도 5일 정도는 걸릴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단 하루 만에 다 읽어버렸네요. 500페이지가 넘는다능!
냉정하게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을 떼어내고 읽어보자.라고 다짐을 했는데
역시나!였습니다.ㅎㅎ 재밌어요.
제목을 보고 인어라는 실험체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조금은 맞춰네요.
동화 속 인어는 등장하지 않았지만요.
나이는 소고와 비슷해 보였다.
하얀 두 뺨에 분홍색 입술, 긴 속눈썹, 가슴이 희미하게 오르내렸다.
숨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았다.
- 프롤로그 _9
이혼을 앞둔 부부의 유일한 혈육인 딸 미즈호는 수영장 사고로 '뇌'가 정지합니다.
하지만 소녀의 신체는 보란 듯이 성장하죠. '뇌사'의 판단 여부를 두고 끔찍하고
살벌한 판단과 편견들이 난무합니다. 과연 미즈호는 죽은 것일까요?
아니면, 의식이 없을 뿐 살아있는 것일까요?
장기이식을 간절히 원하는 또 다른 부모의 심정으로 바라보는 '기증자'의 존재는
안타까움과 연민이 교차합니다. 점점 무엇이 옳은 것인가.라는 의문에 빠지며 봤어요.
끝까지 손 놓고 싶지 않은 부모의 심정도, 마지막까지 살리고 싶어 하는 부모의 심정도
자식을 살리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은 같았습니다.ㅠ
의사는 객관적이고도 이성적으로 미즈호의 상태가 변함없음을 알리지만
인정할 수 없었던 엄마 가오루코는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는 자신의 최첨단 IT 회사의 유능한 사원 한 명을 집으로 데려오는데...
"미즈호를 돌보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데 나는 나가서 돈을 벌 수 없으니까 당신에게
의지하기로 한 거야. 지난봄에는 먼저 이혼하자고 해 놓고 말이지. 너무 이기적이지?"
미안해,라고 중얼거리며 가오루코가 고개를 숙였다.
"참 짜증 나는 여자지?"
눈물이 뚝, 무릎에 떨어졌다. 왜 눈물이 흐르는지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 2장 숨 쉬게 해 줘_160
부부 사이의 갈등과 각자의 내면이 곳곳에 드러나는데, 처음엔 한마음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무리 부모라 해도 의식이 없는 딸을 바라보는 시선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차갑고 경멸에 찬 주변의 시선과 미즈호의 남동생이 겪은 또 다른 고통과 차별에
안타깝고 마음도 많이 아팠어요.
모호한 '뇌사'의 기준은 의식만이 아닌 법적인 상황에도 문제점이 드러나는데
이러한 부분이 소설에 잘 녹아있어서 결코 가볍게만은 읽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사랑과 배신의 등장으로 묘한 관계도 보이고
자연스러운 번역으로 인해 몰입감도 UP~up~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핑크빛 아름다운 표지와 <인어가 잠든 집>이라는 제목만으로
이 책을 펼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대한 리뷰나 후기 없이요!
인형 같은 소녀 미즈호와 그 소녀에게 첫눈에 반한 소고라는 소년.
이 둘의 만남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잔혹하지만 가슴 아픈 이야기는
결말을 향해 갈수록,
고귀한 희생과 또 다른 선택이 가져온 진정한 사랑이 여운을 남겼습니다.
소장하려고 했는데
읽자마자 지인에게 강탈 당했져여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