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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야행 - 불안과 두려움의 끝까지
가쿠하타 유스케 지음, 박승희 옮김 / 마티 / 2019년 2월
평점 :
잊지 못할 이름 '우야미릭크' !!
갑자기 무슨 소리냐구요? 이 책의 저자이자 주인공 '가쿠하타 유스케'와
생과 사의 갈림길을 끝까지 함께 했던 개의 이름이랍니다.
썰매도 끌어야 하고 백곰의 위협도 감지해야 하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면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하게 훈련을 받은 개가 유리했지만 저자의 마음을
한순간에 사로잡아버린 것은, 바로 사랑스러운 얼굴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많은 면이 부족했지만 동행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북극의 극야는 해가 뜨지 않는 기간을 일컫는데요, 달빛도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캄캄한 공포의 어둠만이 내려앉은 세상이에요.
그 어둠에 굴복해 미친 사람도 있다고 하네요.
저자는 4년 동안을 자비를 마련해가며 이번 극야행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출산한 아내도 있었지만,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는 도전이었지만,
반드시, 인생의 의미를 찾아 도전을 했어야만 했다고 하네요.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이루지 못할 나이와 체력임을 직감하면서 말이죠.
내가 극야 세계에 빠진 건 앱슬리 체리 개러드가 쓴 <세계 최악의 여행>
때문이었다. 남극 탐험의 고전으로, 영국의 영웅적인 탐험가 로버트 팰컨 스콧의
탐험 일정을 기록하였고, 그 비극적인 결말을 후대에 남긴 명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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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의에 빠진 채 돌아선 스콧 탐험대를 기다린 것은 또 다른 고난이었다.
갑작스러운 추위와 휘몰아치는 블리자드에 대원들은 손발 동상과 체력 고갈로
괴로워하다 한 명 한 명 설원 위에 쓰러져갔다.
스콧을 비롯한 대원 세 명은 식량과 연료가 있는 저장소를 고앞에 두고
텐트 안에서 목숨을 잃었다.
- 어둠의 미로 본문 중 -
저자의 여행 동기에는 세계 최악의 여행을 담은 책 소개가 나옵니다.
읽으면서 너무 놀랐지만 저자의 이번 도전 또한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저 역시 읽는 내내 함께 하는 긴장감으로 페이지를 넘기기 일쑤였어요.
그들은 서로 의지하는 동료가 있었지만, 저자는 홀로 견뎌야 하는 공포가
상상초월이었거든요. 다행히 개가 있어주었지만요.. ㅠ
하지만 그렇게 의지하던 개마저 식량으로 생각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는데
너무 슬펐어요. 어떻게든 버티고 버텨주어서 꼭 끝까지 함께 가기를 얼마나 바랬는지 몰라요.
백곰이 저장소를 습격해서 모든 식량을 먹어버렸거든요.
갈비뼈가 드러나고 앙상해져도 순딩순딩한 개는 저자의 식량을 끝까지 훔쳐먹지 않아요.
단지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죠. 하루 종일 먹지 못하고 썰매를 끌고... 결국 쓰러지고.. ㅠ
아, 여기서 개의 유일한 식량은 저자의 00였습니다. 무엇인지는 안알랴줌
GPS 없이 오로지 별과 직감만으로 찾아가는 길에서
고된 여정으로 인해 오감이 불러일으키는 착각과 신기루에 오싹했어요;;;
끝없는 사막의 '오아시스의 환영'처럼요.
그들은 과연 마지막까지 무사히 함께 했을까요?
북극의 극야라는 자연의 섭리 앞에서 무참히 벗겨지는 인간의 오만함과
이성의 밑바닥을 간접 체험 하면서 끝없는 극한도전을 향한 열망과 삶의 의지,
가족의 따뜻함을 절실하게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주 극야로 떠나는 극한여행, 어떠세요?ㅎㅎ
3월의 도서로 추천하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