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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채우는 인문학 - 문득 내 삶에서 나를 찾고 싶어질 때 ㅣ 백 권의 책이 담긴 한 권의 책 인문편
최진기 지음 / 이지퍼블리싱 / 2019년 2월
평점 :
지금은 인문학을 좋아하지만,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우연히 읽게 되면서 인문학에 대해 눈을 떴어요!
개념 자체가 없었다가 비로소 생겼다고나 할까요.
그때부터 인문학이라면 귀가 번쩍, 눈이 번쩍했지만 의욕만 앞서고 말았습니다.
인문학 책을 봐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지인이 추천해주는 책은 금새 시들어버리고
고전은 워낙 많아서 선택 장애가 생기더라고요.
대체 뭘 읽어야 내가 원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걸까? 고민이 많았어요.
다행히 의욕이 시들지 않아서 지금도 인문학이라는 글자가 책 제목에 들어가면 보게 되네요 ㅎㅎ
책을 많이 읽고 내공이 쌓인 분들 말고 저 같이 초보 인문학 독자라면
제가 읽은 이 책이 도움이 되실 듯합니다. 왜냐면 100권이 이 한 권에 담겨 있거든요.
와~ 인문학 도서 100권의 진액을 한 번에 흡수할 수 있다니!! 얼마나 기쁘던지요.
개 이득 아냐? 막 이러곸ㅋㅋ
아마 이 책은 솔직히 여러분을 위한 책이 아니라 저를 위한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여러분처럼 너무나 많은 마음의 상처를 받고 살아왔습니다.
젊은 시절 순간의 실수로 인해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신용불량자로 살았고요,
좀 유명해진 다음에는 일부 언론에 의해서 좌빨, 도박꾼이라는 누명을 쓰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정부로부터는 억울하게도 탈세범 취급을 받기도 하고 전문가라는 분들로부터는
학생과 대중을 상대로 얕은 지식을 팔아먹는 장사치라는 모멸적인 비난을 받으며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습니다. (...)
마음의 상처는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그 힘든 삶 속에서도 그나마 저 역시 제 삶을 붙잡고
다시 한번, 다시 한번, 다시 한 번을 외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런 책들
덕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여러분의 삶에 진정한 벗이 될 수 있는 위로의
인문 도서들이 여러분의 책장에도 자리 잡길 바랍니다.
- 서문 본문 중 -
하지만 서문을 읽는 순간 부끄러워졌어요.
자신을 위한 진정한 독서는 다른 사람의 무언가가 아닌,
나 자신이 쌓아 올려야 한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에요.
100권의 인문학 도서들은 ㅡ 상처/ 위안/ 희망 ㅡ
요렇게 3가지 주제로 나누어지고, 작게는 10장으로 구분되는데요
중요한 건, 이 모든 책들이 저자의 힘든 삶에 함께 했던 도서라는 거죠.
맨 처음 서문에 있던 '저를 위한 책'이란 뜻이 이랬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찬찬히 읽으면서 나를 위한 나만의 인문학은 어떤 것일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진정 내가 찾고 내가 읽을 책을요.
'나를 위한 나만의 인문학 찾기'랄까요 ㅎㅎ
이렇게 만나는 100권 중에서 제일 재밌게 읽은 것은
읽어본 책이 나왔을 때였어요. 내가 느끼고 생각했던 부분을
저자는 이렇게 느꼈고 이렇게 정리되었구나! 하면서 공감했거든요.
대부분이 읽어보지 못한 책이었기에 읽는 내내 읽고 싶은 책이 부디 나타나주길
바라면서 읽었습니다. 하지만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책 제목을 메모하게
되었고, 완독 후 저만의 책 목록이 완성되었답니다~ (짝짝짝
부끄럽지만 적어보자면
1.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2.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3. 도쿄 미술관 예술 산책 (도쿄 미술관 가보고 싶네요! ㅎ)
4.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5. 사랑의 기술
6. 달콤한 제국 불쾌한 진실
7. EBS 학교란 무엇인가
8. 미쳐야 미친다
9. 한국의 레지스탕스
10. 프리다 칼로와 나혜석 그리고 까미유 끌로델
11. 닥터 지바고
12. 그리스인 조르바
요렇게 12권이에요~ 제목만으로는 짐작조차 못했던 책 들인데
저자의 리뷰(?)를 읽으면서 아, 이 책은 읽고 싶다!라는 감이 왔어요.
누군가의 추천도 좋지만 스스로 고른 책들이라 읽기 전부터 애정이 생기네요~
책 중간중간에 재밌는 사담(?)도 들어있어요.
2018년 홍콩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에이핑크 옆에 앉았다고 해요. 무려 4시간을요.
그런데 못 알아본 저자는 글쓰기 작업을 한 후 졸았다고 합니다.
그냥 참 예쁜 친구들이구나 하면서..
말 한마디, 사인 한 장 못 받았다고 안타까워하는 심정을 지면 한가득이에요.
이후로 더 많이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다는 훈훈한 말로 마무리를 ㅋㅋ
하지만 에이핑크는 오히려 그 4시간이 편안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타인의 수많은 시선이 익숙하다고 해서 그 익숙함이 당연한 건 아닐 테니까요.
ㅡ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아마 에이핑크에게는 최고의 옆자리 승객이었을지도!
막연하게 인문학 책을 읽고 싶은데 뭘 어떻게 고를지 고민이라면 강추합니다~
많이 읽으신 분들도 저자의 시선으로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것은 어떨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책은 유튜브보다 소중합니다."
- 2019년 2월 최진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