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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은 채식주의자 ㅣ 짧아도 괜찮아 4
구병모 외 지음 / 걷는사람 / 2018년 11월
평점 :
동물을 좋아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어요.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얇은 책의 두께만으로 쉽게 읽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읽다 보니 너무 가슴 아프고 애틋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그동안 동물을 바라보던 저의 시선이 오만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당연히 동물 위에 서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어요.
밥을 주며 키운다. 그러므로 당연히 내가 주인이고 지배자의 위치인 것이다... 처럼요.
동물들도 감정이 있고 따뜻한 정을 교감하는 생명체인 거예요.
심지어 사람보다도 더 사람을 사랑해서 목숨을 걸고 지켜내는 동물도 있으니까요.
평생을 한두 평 남짓한 공간에 묶여 살면서, 더운 여름에도 씻지 못하고 악취를 풍기며,
먹다 버린 음식을 핥아먹던 시골의 어느 집 강아지가 떠올랐어요. ㅠ
심지어 물그릇에 물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아서 물을 가져다 주었더니,
허겁지겁 먹던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네요.
그 외에도 로드킬 당한 이름 모를 동물의 사체와 밀렵꾼에게 희생된 희귀 동물,
뉴스에 자주 보이는 심각한 동물 학대 논란 등등..
인간은 너무 쉽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동물에게서 강제로 빼앗고 있어요.
당장 옷장만 열어봐도 오리털 패딩이 자리 잡고 있네요.
유튜브를 통해서 토끼털, 여우털, 오리털 생산 공장의 실태를 보고 난 후 밥도 못 먹었습니다.
'동물권' ...이제는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다.
개돼지가 짐승이지 사람이냐?
사람도 짐승처럼 사는 마당에.
개들은 다른 개들을 구해줄 수 없잖아.
나의 힘없는 목소리가 그 자리의 누구에게도 가닿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 막돼먹은 인간들도 있기는 하지.
그래도 그런 부분까지 어떻게 법으로 다 하냐?
짐승은 짐승처럼 살다 가는 게 순리야. 까놓고 말해서, 너는 고기 안 먹어?
적당히 하자, 적당히.
_검은 개의 희미함 본문 중에서
가장 저를 놀라게 했던 이야기는 바로 제목에 있는 <무민은 채식주의자>었어요.
저는 채식도 좋아하지만 육식도 좋아해요. 그래서 이 이야기에서 나오는
육식에 집착하는 존재를 따라서 '아, 이럴 수도 있구나..'하면서 읽어내려 갔는데
갑자기 이 모든 것의 반전이 나타나네요...;;;
관점이 바뀌니까 당연하던 게 끔찍한 것으로 바뀌는 거예요.
그 순간 너무 슬펐어요 ㅠㅠ
더 이상은 말 안 할 거예요.
제 후기를 보고 이 책을 읽게 될 분들에게 더 이상의 스포는 민폐가 되니까요 ㅎ
16명의 다양한 단편 소설을 읽다보니, 작가들의 다양한 생각도 알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몇 편은 무섭기까지 했어요.
앞을 못 보는, 무심한 소녀와 고양이 이야기도 기억에 남네요.
작고 가벼워서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읽기에도 부담이 없었어요.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와 관심이 있으시다면 추천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