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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들 -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평점 :
지금 읽고 있습니다.
총 7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현재 4부까지 읽었네요.
제목부터 딱딱한 느낌이죠? ㅎㅎ 예전이라면 아마 어려울 거라며 읽을 생각조차 못했을 텐데
최근 <검사 내전>을 읽고 <판사 유감>을 읽는 중이라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더라구요.
그래서 과감하게 도전을 했는데, 읽을수록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대담하게도 실명이 거론되며, 해방 후 우리나라의 법조직역의 형성 과정을 적나라하게 밝히고 있어요.
법률가를 제1,2,3으로 분류해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네요.
행정부와 입법부는 '선출된 권력'인 반면,
사법부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어서 그 정당성이 늘 문제 된다. (p29)
1부에서는 제1법률가들의 이야기에요. 그들이 어떻게 판검사가 되었고 무슨 짓을 했는지,
시대적인 배경과 지역 사회의 입지, 그리고 독립운동가 가문과 친일 가문의 구분이 흐릿했던 이유.
돈이 재력과 이어졌던 현실에도 불구하고 '개천에서 용 났다'라는 말을 들었던 사람들의 실제 모습 등등
저로서는 처음 보는 사실들에 놀랍고 신기하기까지 했어요.
처음엔 이름이 많이 나와서 헷갈리고 복잡한 느낌이지만 가볍게 읽고 넘어가도 되더라구요.
어차피 주요 인물들은 굵직한 사건과 함께 다시 등장하거든요~
거칠게 평가하자면,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돌이킨 사람들은 예상한 것 이상의 불행을 맛보았고,
끝까지 개인의 안위만을 추구한 사람들은 기대한 것 이상의 영광을 누렸다. (p38)
2부에서는 일제시대에는 큰 대접을 못 받았으나, 해방 이후 조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
법조계의 가장 중요한 뼈대를 형성하게 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즉, 이류에서 일류로 편입된 거예요.
금광 왕으로 잘 나가던 시절 이종만은 친일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937년 중일전쟁이 일어나자 '복지 위문품대'로 1000원을 기부했고,
1938년에는 '황군위문금'을 냈다. 1939년에는 전쟁 승리를 기원하는 신문광고에도
이름을 올렸다. 각종 간담회에도 출석했고... (중략).. 친일단체인 대화숙,
조선임전보국단 등에도 참여했다.
이게 나중에 그의 외증손자인 영화배우 강동원과 관련하여 문제가 된
이종만의 친일 논란이다. (p132)
3부는 실력보다도 인맥과 운으로 새로운 기회를 잡은 제3법률가에요.
일제시대 일본 판검사 옆에서 서기나 통역을 했던 사람들인데
참 기가 막힌 건, 친일 경력조차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와 진짜..
여운형과 동행한 백윤화는 앞서 의열단 김지섭 등을 일본 경찰에 밀고했던
바로 그 판사다. 20여 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판사로 재직 중이었다. (p180)
1~3부에서는 일제시대 시험제도나 판검사 임용과정 등등 조금 전문적인 이야기가 많았다면
4부부터는 본격적으로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제일 먼저 '위조지폐' 사건이 나오네요.
6부까지는 여러가지 일들이 나오고 7부는 외전 같은 형식이래요.
저는 아직 4부까지만 읽은 상태라 뒷부분도 기대하면서 읽고 있어요! +_+
1963년에 출간된 <피로 물들인 건국 전야>라는 책이 있다.
'피로 물든'이 아니라 '피로 물들인'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처음부터 끝까지 적극적으로 건국 전야를 피로 '물들인' 극우 청년단체의
폭력성을 자랑스럽게 고백한 책이다.
저자는 김두한 자신이다. (p348)
평소에 궁금했던 전관예우를 받는 그들의 정체(?)와 친일파 법률가들의 해방 이후의 삶 등등
이제까지 몰랐던 사실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읽을 수 있다니, 넘 좋네요.
그냥 막연히 알고 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시대적 상황도 알 수 있구요.
마치, 법률가 족보를 보는 것 같아요.
김두식 저자의 3년간 노력이 이렇게 결실이 되어
아무것도 몰랐던 저 역시 이러한 사실들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앞서 나온 저자의 책 <헌법의 풍경>과 <불멸의 신성 가족>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