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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느라 길을 잃지 말고
이정하 지음 / 문이당 / 2018년 10월
평점 :
시인이 쓴 에세이라니..!라는 호기심으로 선택한 책이었는데 너무 좋네요!
추천하기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책이라고 생각했는데ㅋㅋ
<우느라 길을 잃지 말고>는 진심 추천 꾸꾸기를 시전해 봅니다~
이정하 시인을 이번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요
에세이를 읽으면서 이렇게 공감하고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든 건 처음입니다.
제목을 보는 순간, 누군가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내용이겠구나.라고 짐작했는데
막상 읽다 보니 그냥 내 얘기, 내 아픔, 내 가슴 앓이였어요.
나의 지나온 과거를 타인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와닿는 글을 만날 줄이야..
신기하기도 하고 역시,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구나 싶기도 하고..

굵직굵직한 목차들도 엮여 있긴 하지만, 아련한 감성을 건드리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시는 아닌데 시같이 느껴졌어요.
게다가 예쁜 그림이 너무나 잘 어울려서 솔직히 이 책에 반해버렸습니다.
그림체가 순정만화에 나오는 여리여리한거 있죠!
달랑 몇 개가 아니라 완전 많아욧-
원한다고 원하는 대로 되어주지 않는 것이 또한 세상의 일들이었다.
사실 그것들은 내가 희망하는 반대편에 서 있는 적이 더 많았다.
살아가기가 버겁고 살아 있다는 것이 짐스러울 때도 있었다.
세상에 나 있는 수많은 길 중에 내가 왜 이 길로 들어섰을까,
세상의 수많은 사람 중에 왜 그 사람을 택했을까,
믿었던 누군가가 내게서 등 돌리며 멀어져 갈 때,
하필이면 내게 왜 이런 일이.....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딱, 그만 살고 싶은 심정이 되는 것이다. (p52)
하늘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지내는 바쁜 일상에서 나를 돌아보고,
추억을 돌아보며, 삶이란 단어를 곱씹어 보는 시간이 이렇게 행복할줄은 몰랐네요.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 중에 두 개만 할게요 ㅎㅎ
하나는 어떤 인류학자가 나무에 음식을 매달아 놓고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라고요. 하지만 아이들은 그의 예상과는 달리
모두 함께 손을 잡고 가서 먹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묻습니다.
왜 먼저 가서 혼자 차지하지 않느냐고요. 그러자 아이들이 대답해요.
"모두 슬픈데 어째서 한 명만 행복해질 수 있나요?"
ㅡ이번 크리스마스카드에 이 이야기를 담아서
조카들에게 선물하려고 적어뒀어요 (소근소근)

두 번째는 '보이는 것과 진실'이라는 이야기였어요.
그림 한 장이 같이 실려 있는데, 젊은 여인이 가슴을 드러내놓고
그 앞에 한 노인이 그 가슴에 입을 대고 있는 장면이었어요.
보는 순간 놀래서 허걱! 했다죠. 대체 이런 그림을 누가 그린 거야!!?
그리고 글을 읽어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사연을 알고 나니 ㅠ 숙연해지고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이 그림 앞에서 어느 누가 감히 웃을 수 있을까요..
어떤 사연인지는 안알려줄꼬에용ㅎㅎ
2018년 한 해의 마지막! 12월을 앞두고
촉촉한 감성 에세이를 만나서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