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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ㅣ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요 네스뵈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의 원작인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나는 모른다.
고전을 기본 틀로 잡고 새로 쓰였다는 책 소개를 볼 때만 해도 원작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요 네스뵈의 <맥베스>로 내 안에 남겨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갱스터를 연상시키는 스토리의 흡입력은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우습게 만들었다.
읽다 보면 느끼겠지만, 전개나 흐름이 서두르거나 늘어짐 없이 깔끔하다.
영화의 장면들을 연상시키는 굵직한 선과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개성 또한
두툼한 책 두께를 납득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1970년대 어느 도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범죄소설의 중심에는 주인공 '맥베스'가 있다.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단 사람 '레이디'는 인버네스 카지노의 여주인이다.
강직한 경찰청장이었던 덩컨은 마약계의 대부 '헤카테'를 소탕하고 경찰 내부의 부정부패도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많은 수하들의 지지를 받는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헤카테가 아니었다. 손쉽게 덩컨을 죽여버리고
신임 경찰청장 자리에 맥베스를 올려놓는다.
그 자리는 공짜가 아니었다. 맥베스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살인을 저지른다.
덩컨의 목숨으로 끝이 아니었다. 경찰 동료들의 피를 대가로 오른 자리였다.
잊고 살았던 마약에도 손을 댄다.
중독자의 길로 들어선 맥베스와
그의 과거를 알고 있는 유일한 친구 '더프' 반장과의
어린 시절 고아원의 비밀도 서서히 드러난다.
머리 좋은 애인 '레이디'의 야심은
맥베스를 점점 범죄의 어둠으로 인도한다.
소설을 읽으며 제일 두려웠던 건 그 누구도 믿을 수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책 초반까지만 해도 등장인물 모두가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웠으며
범죄를 소탕하고 깨끗한 도시를 만들자는 의지가 대단하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탐욕과 욕심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는 원하는 답을 얻어 낼 것이다.
시간문제일 따름이었다.
항복하기 전까지, 문신으로 새긴 모든 맹세를 어기고
절대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모든 것
ㅡ그 모든 것 ㅡ을 하기 전까지 버티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영원한 의리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고
배신은 인간의 영역이지 않은가.
- p81-
나는 저절로 맥베스의 입장이 되고 말았는데
유혹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파멸해가는 모습이 많이 괴로웠다.
경찰의 본분으로 마땅히 잡아야 할 범죄자를 오히려 신용하게 되고
자신을 지켜준다는 맹목적인 믿음이 자리 잡아가는 과정은 참 고단하고 아프다.
그래도 나는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
결말의 결말까지 도달해서야 내 희망이 전혀 부질없지는 않았다는 안도감에
조금은 아픈 가슴에 위로를 받으며,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만족했다.
가슴 깊이 남겨질 것이다.
요 네스뵈의 소설 <맥베스>라는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