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아워 1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 골든아워 1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에 기록된 내용은 내가 기억하는 범위 내에서 모두 사실이다.

기록의 대부분은 2002년에서 2018년 상반기까지의 각종 진료기록과 수술기록 등에서 가려 뽑았고,

내 기억 속의 남겨진 파편들을 그러모았다.


또한 이 기록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사선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환자와 내 동료들의 치열한 서사다.

외상으로 고통받다 끝내 세상을 등진 환자들의 안타까운 상황과,

환자의 죽음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고 싸우다 쓰러져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무엇보다 냉혹한 한국 사회 현실에서 업(業)의 본질의 지키며 살아가고자,

각자가 선 자리를 어떻게든 개선해보려 발버둥 치다 깨져나가는

바보 같은 사람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흔적이다.    

                                                             


 


2012년 11월,

아주대학교병원은 정부의 중증외상센터 사업에서 탈락했고,

그 사업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나와 팀원들은 절망했다.

몇 달 지나 새해 봄이 되어서도 만신창이인 상황은 같았다.


나와 팀원들은 모두 헤져가고 있었다.

이 판에서 철수할 생각만 가득할 때였다.

그런 때에 동아일보사 박혜경이 나를 찾아왔다.

그는 외상외과 의사로서 내가 겪어온 일을 책으로 옮겨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 같은 제안이 처음이 아니었다.

주변을 통해 출간 제안을 여러 차례 받았으나 일언지하에 거절해왔다.

살아 있어도 산 것 같지 않은 일상에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나는 박혜경의 제안을 냉소적으로 밀쳐냈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 않고 내게 이렇게 반문했다.


"교수님께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그토록 소중히 여기신다면,

그 헌신이 잊히지 않도록 뭐라도 하셔야 하는 게 아닌가요?


지금 아무리 소중해도 몇 년만 시간이 흐르면 모두 잊힙니다.

그러나 활자로 남겨둔 기록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아요."



그 말에 나는 얼어붙었다.

                                                    -서문에서-


 


 

읽다가 책을 몇 번이나 내려놨는지 모르겠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대한민국의 의료 현실이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게다가 외상외과라는 곳의 어두운 면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국종 교수님의 속이 지금쯤은 새카맣게 타다 못해 재가 되었을 거라 생각된다.

모든 말을 아껴 삼키며, 납작 엎드려야만 했던 모든 상황들은

글로 읽기만 하는 나조차도 지쳐 떨어질 만큼 참혹했다.

1권에서는 2002년부터 2013년까지의 기록이 들어있는데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이 책에조차 실리지 못했을지 짐작도 안 간다.

책이 꽤 두꺼운 두께를 자랑하지만, 읽다 보면 이조차도 눈물겹다.

두 권으로 그 수많은 세월을 기록을 담을 수는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없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메모에 적은 것을 모아 이렇게 출판된 것이 너무 감사하다.


'아덴만 여명 작전'과 귀순 병사를 치료했던 것으로 많이 유명해지셨지만

그 사이사이에는 출처가 불분명한 험담과 말도 안 되는 소문들이 무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울한 마음조차 생길 여유 없이 피 튀기는 수술실에서 살다시피 한

교수님의 이야기는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힘들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 잘 시간도 없이 강행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업무량과

병원에 매년 8억 원이 넘는 적자를 만들 수밖에 없는 믿기지 않는 지원정책.

끊임없이 심각한 환자들은 밀려드는데 부족한 인력들..

미래가 보이지 않는 길을

자신도 확신할 수 없는 길을

다독이며, 채근하며 팀을 이끌어야만 하는 심정이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이러한 팀과 함께 고생을 자처하며 도움을 준 소방대원들도..

 


혹시라도 이 책을 읽을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읽어보길 바란다.


독서하면서 가장 기쁘고 행복한 순간은

책으로만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것을 얻게 되었을 때인데

이 책이 그중 하나가 되었다.

잊고 싶지 않아도 세월이 지나면 잊히는 책이 아니라

내 삶에 영원히 남을 책 말이다.


내 주변 지인 모두에게 추천할 것이다.

e북으로도 빨리 나와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만나봤으면 좋겠다.



2권도 부지런히 읽어야겠다.

이국종 교수님이 출연한 명의를 몇 년 전에 봤는데

그때는 또 어떠한 상황이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작년인가, 과로와 스트레스가 쌓여서 왼쪽 눈이 거의 실명되었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다.

설상가상으로 오른쪽 눈도 위험하다고..​ㅠ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