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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랑 - 김충선과 히데요시
이주호 지음 / 틀을깨는생각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역사의 뒷편에 있던 영웅 김충선을 알게되서 정말 좋았다.
몰랐던 많은 시대적 상황까지 알게되어 의미가 컸다.
*
약속시간이 되어 배가 도착했다.
억울한 역모 사건으로 지아비를 잃은 여인은 자신이 가진 전부 와
품 안의 아이를 건네며 간절히 부탁한다. 무사히 일본으로 데려가 달라고.
아이를 건네받은 일본인은 흡족한 대가를 보고 웃더니,
송장이 되어도 모른다는 말을 남기고 출발한다.
그때, 떠나는 배를 바라보던 여인의 품으로 화살 하나가 날아든다.
성인들도 버티기 힘든 뱃길을
천식으로 인해 숨쉬기가 버거운데도 용케 버티고 일본에 도착한 아이는
용병 집단에 팔려 간다. 허약하지만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훌륭하게 성장한다.
곱상한 외모와 총명한 두뇌를 가진 이 아이의 이름은 히로.
조선인이란 놀림 속에서도 뛰어난 책략과 조총 기술을 연구, 개발해내며
용병단이 주군으로 모시는 오다 노부나가의 눈에 띄게 된다.
히로가 개발한 새로운 조총의 위력으로, 오다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게 되고
재능을 높이 산 오다는 히로의 가치를 알지만, 그를 존중해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한가지 걱정하는 것이 있었으니,
탐욕스러운 히데요시가 그런 인재를 가만두지 않으리란 것이었다.
자기 것이 아니면 파괴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던 히데요시는
오다 노부나가가 모반사건으로 혼노지에서 갑자기 죽자
기다렸다는 듯이 히로를 자신의 손에 넣으려 하지만, 뜻데로 되지 않는다.
그러자 히로의 사랑하는 여인을 인질로 잡아 가두고
조선 침략 전쟁에 동참할 것을 강요한다.
그녀는 히로에게 미래를 꿈꾸게 하는 소중한 여인이었다.
조선인이라는 놀림 속에서도 온전히 믿어주고 웃어주었던 여인이었기에
조총부대를 거느리고 조선으로 건너가 가토 기요마사를 돕지만
조선 백성들의 처참한 상황에 가슴이 아파온다.
'나는 조선인인가. 일본인인가.'
어디도 속하지 못한다는 혼란 속에서, 마음을 다잡으며 자신의 임무를 완수해 나간다.
그녀를 히데요시에게서 데려올 수 있는 방법은, 이 전쟁을 승리로 끝내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전쟁이 일본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나 싶었던 찰나
이순신의 등장으로 보급로가 끊긴 일본은 진퇴양난에 빠진다.
아무리 총공세를 퍼부어도 이순신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
결국 히데요시는 새로운 조총으로 자신을 암살하려 했던 히로를 떠올리며
그에게 명령을 내리는데..
-그녀를 구하고 싶다면,
조선의 이순신을 암살하라-

히데요시를 암살하려 했던 히로가 바로 김충선이다.
훗날의 더 많은 이야기들은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접어야겠다.
책의 마지막엔 김충선의 연혁까지 정리되어 있으므로
보기가 좋았다.

일본 역사 소설을 좋아해서 몇 년 전 일본어 사전 찾아가며 읽었던 책이 있는데
오다 노부나가가 아주 나쁜 놈으로 나왔었다. 우에스기 겐신은 상당히 강력했다.
이 둘의 라이벌 구조로 스토리가 진행돼서 흥미진진했었다.
히로의 성장과정이 소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므로, 일본의 역사적 배경 또한 많이 나오는데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모리 란마루가 안 나와서 좀 섭섭했지만 ㅎㅎ
광해군도 마지막에 살짝 등장하는데 저자가 6년 전에 쓴 소설이 눈에 띄었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이다. 영화만 보고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동시대의 인물 광해군이 등장하니 읽어봐야겠다.
책을 손에 잡기 시작하면 어디서 끊어야 할지 몰라서
화장실도 들고 가서 읽을 만큼 흡입력이 있었다.
스피드한 전개로 인해 지루한 부분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조총이 없었던 조선에 조총 기술을 전하고 조총부대를 이끌며
임진왜란에 혁혁한 공을 세운 김충선과 수많은 항왜들에 대해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조선이라는 나라를 사랑했던
조선인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