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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피림
황선혁 지음 / 북랩 / 2018년 7월
평점 :
행복하고 단란했던 신혼부부에게는 단 한 가지 소망이 있다.
그것은 바로, 소중한 아기를 갖는 것이다.
하지만 무참히 3번이나 유산하며 심각한 우울증에 빠진 부인은 자살을 하고 만다.
생명과학자였던 남편은 사랑했던 아내를 되살리기 위해
인간복제를 위한 인공 자궁을 연구한다.
한편, 일본 여고생 아이코는 왕따 남학생을 돕다가, 심각한 학교폭력을 당하며 마음에 문을 닫는다.
그녀가 일류 대학에 진학하고 '잡종과 유전 형질 변환을 통한 신인류 탄생'을 발표하자,
대대적인 윤리의식에 대한 야유를 받으며 불명예 퇴교를 당하고 만다.
설상가상, 선천병을 앓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자살을 결심하는데..

두 사람 모두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하던 차, 편지 한 통씩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원하던 것을 실현할 수 있다는 '안내자'를 따라 길을 떠난다.
그 속에 숨은 거대한 음모는 전혀 알지 못한 채..
*
중반으로 넘어가니 스피드한 전개와 함께 숨은 음모가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페이지의 한계(?)로 결말의 여운이 짧았던 점은 매우 아쉬웠다.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한 복제인간은 과연 그 사람 자체일까.
아니면 단지 흉내만 내는 또 다른 인격체가 될까.
불임과 불치병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유전자 변형과
인공 자궁을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면서도 간절한가..
이 책의 저자는 '노화 억제' 발명을 꿈꾸는 '생명과학도' 라고 한다.
그가 내놓은 신인류의 세상은 끔찍하면서도 어쩌면 우리의 미래가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따뜻한 인간이길 바라지만 결국 자신 역시 차가운 이기심을 가진 인간이라는 점을 느껴야 했던
아이코의 마음이 가장 안타까웠다. 그래도 마지막엔 그녀가 바라는 무언가를 찾아서 다행이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스토리는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 SF 소설 작품인 만큼 몇 가지 흥행 요소만 더 들어가준다면
드라마나 영화, 애니로도 충분히 이목을 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표현력은 배우고 키우면 되지만
창작 스토리는 온전히 작가 자신만의 세상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된 표지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겠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잔잔한 감정이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작품도 만나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