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말 한마디
임재양 지음, 이시형 그림 / 특별한서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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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치과를 다니고 있는데, 의사가 매우 다정하고 친절해서 좋다.

안경을 깜박 안 쓰고 가는 날, 모르고 지나쳐도 먼저 인사를 건넬 정도이다.

그럴 때마다, 환자로써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반면, 냉정하게 할 말만 딱하고 표정 없는 의사도 있다.

내과 의사인데, 진찰 상담도 정말 시간이 짧고, 항상 피곤한 얼굴이다.

궁금한 게 있어서 물어보면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그럴 수 있다' 한마디로 정리한다.

다시는 안 가고 싶어도, 가까운 곳이라 갈 때가 많은데 진짜 마음은 별로다.


병원 다녀와서도 기분이 계속 좋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보면

의사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환자에게 큰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치과는 언제나 가기 싫은 곳 중 하나였는데, 요즘엔 즐겁게 다니고 있다.


어느 날 아침 문득 궁금했다. 과연 환자를 바라보는 의사의 마음은 어떨까.

환자의 절박한 심정을 얼마나 이해해주고 있을까.

신간 <의사의 말 한 마디>를 만나게 되었다.


상처를 주지 말자.라는 주제로 시작된다.

의사도 감정이 있다 보니, 자신의 처방을 안 듣고 지내다가 더욱 악화되어

돌이킬 수 없는 환자를 보고 화가 나서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해버렸는데

그 환자의 부인이 의사를 찾아와 남편이 짐승 같은 울음을 토하는 이유를 물어봤다는 것이다.

이에 자신의 경솔했던 말을 후회하며 '오늘만은 환자들에게 상처 주지 말자'라는 다짐으로

하루 진료를 시작한다고 하니, 깊은 교훈이 아닐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모든 일을 하던 말을 안 할 수는 없다. 어떠한 직업을 가지고 있더라도 반드시 말을 한다.

나도 매일 아침 '상처 주지 말자'라는 다짐으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물 흐르듯 잔잔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며 흘러간다.

잠시만 집중하면 하루 만에도 다 읽을 정도로 전혀 막힘이 없다.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자신의 일상 이야기를 담담히 담아낸다.

작은 골목에 위치한 병원이 한옥으로 지어지고 몸에 좋은 음식을 나눠먹는다는 말에 놀라웠다.

자신을 미련한 곰이라 일컬으며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들이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준다.



차분히 읽어내려가던 중, 내가 궁금해했던 내용이 나왔다.

모든 의사들은 훈련이 된다는 것이다. 갑자기 얼굴에 피가 튀어도 놀라거나 피하지 않도록,

아무리 속이 바싹 타들어가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서두르지 않고 태연하도록,

절망적인 환자 상태에서도 보호자에게는 최선을 다해보자고 무덤덤한 이야기하도록.



의사들은 종종 환자들에게 항의를 받습니다.

당신 가족 같으면 그렇게 행동하겠느냐, 환자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냐, 어쩜 그렇게도 냉정하게 얘기할 수 있느냐.


하지만, 의사들의 이런 냉정한 모습은 오랫동안 훈련된 결과입니다.



환자의 고통을 알고 싶어서, 자신의 몸에 직접 실험하고 경험하는 의사.

미련한 곰이라고 겸손에 겸손을 더하는 그의 이야기는 행복하게 느껴진다.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그 어떠한 것도 속단하기 이르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려 본다.

환자와 함께하는 의사이고 당연히 감정을 가지고 있는 한 사람이기에

함께 고통스러워하고, 함께 아프고, 수술 도중 숨진 환자가 발생하면

깊이 자책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면서도 

남에게는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 대고 있지는 않는지 항상 돌아볼 일이다.


에피소드같이 짧게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가슴 한편에 따스함을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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