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눈물로 자란다
정강현 지음 / 푸른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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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한 아픔을 머금고, 눈물을 아낌없이 흘리던

정치부 기자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진실하게 다가왔다.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저자의 이력이

사회, 문화를 거쳐 정치부 기자였기 때문이다.

나는 기자에 대해 그리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사고 현장에서 아픈 이들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폰을 들이대며 사진과 동영상을 찍기 바쁜 사람들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기사화에만 혈안이 되어, 정작 사고 현장에 있는 분에 대해서는

외면 아닌 외면을 하며, 형식적인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서이다.

그때의 충격은 잊히지 않았다.


저자는 정치 기자가 되기 전, 문화계였는데 작가나 시인들을 만나며 행복했단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정치 쪽으로 가게 되었다고 한다.


본인 성향에 따라 스스로 선택하는 줄 알았는데

그들도 시키면 시키는 데로 해야 하는 직장인일 뿐이구나.. 생각도 들었다.

 

잘난 팩트의 세계를 알만큼 알기에, 치명적인 오류도 알고 있다는 저자는

내가 알고 있던 기자의 모습들을 정확하게 짚어내주었다.


'타인'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아파하는 걸 느끼는 게 아니라, 그 아픔의 정확한 근거를 찾는 데

혈안이 된 곳이 팩트의 세계라는 것이다. 머나먼 그곳이 아닌, 저자 본인이 일하는 바로 그곳의 진짜이야 기었다.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닐 것이다.

저자 본인부터 기자로써는, 눈물이 많아도 너무 많은 사람이니까.


사회전반에 걸친 다양한 사건과 시, 소설, 영화는 물론

정치인과 연예인, 시인, 소설가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확고한 중심이 잡혀있거나, 자신의 자리에서 소신을 지키는 분들이 대다수다.

모두 인성이 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김연아의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녀의 초연함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아이가 태어나기 전과 후의 심리적인 변화도 고스란히 드러내놓는다.

그 시점에 터진 사고를 대하는 깊이가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애타는 부모의 심정으로 바라보게 된 사건 중 단연, 세월호를 빼놓을 수 없다.


나는 문득 세월호 기사 중에 충격받았던 댓글이 떠올랐다.

- 지겨우니 이제 그만하고, 쓸데없이 세금 낭비하지 말자 -

 

화가 나다 못해 참담했다.


 

 

저자는 그때의 사건 속에서

죽음을 앞두고 영상으로 나마 남겼던 마지막 메시지들을 보여준다.

읽는 독자에게도 닿기를 바라는 간절함마저 느껴졌다.

백 마디 말과 글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너무나 평범하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었기에, 나 역시 부모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나이 들어 철이 드는 만큼,

부모님이 이 세상을 함께하시는 날이 줄어든다는 것..

알고 있지만, 알고는 있었지만 애써 꺼내지 않는 이야기들...

마음이 너무 아팠고 슬펐다. 자주 연락 드려야겠다.


눈물 많은 저자의 솔직한 내면의 이야기를 읽으며

과연 나는, 내 인생의 어느 지점까지 왔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커피 두 잔 값이면 정신이 고귀해진다는

'시집' 도 자주 사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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