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누구나의 인생 - 상처받고 흔들리는 당신을 위한 뜨거운 조언
셰릴 스트레이드 지음, 홍선영 옮김 / 부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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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은이  셰릴 스트레이드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 저런 어려움에 부딪히곤 한다. 때로는 한바탕의 울음과 분노, 멈출 수 없는 식욕등으로 해소 하기도 하고, 끝없는 가라앉음으로 헤어나지 못할때도 있다. 내 인생만이 이렇듯 참담한걸까, 하늘을 바라보며 원망도 해보고 지인들에게 하소연도 해본다. 다른 사람은 나만큼 불행하지 않은것 같아보이고, 나에게 주어진 삶만이 가장 힘들게 느껴질 때도 많다. 그래도 그 과정중에 우리는 살아나갈 방법을 찾고 또 한걸음 앞으로 나가기 마련이다.

여기 많은 이들의 사연을 듣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슈거가 있다.

 

이 책은 '디어 슈거'로 시작되는 상담칼럼을 모은 책이다. 슈거는 <토치>라는 소설로 알려진 셰릴 스트레이드 이다. 그녀는 기존에 있던 상담칼럼의 새로운 슈거가 되어 달라는 스티브 아몬드(단편소설작가, 에세이스트)의 부탁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녀의 상담칼럼이 다른 것과 다름은 피상적이고 논리적이고 교훈적인 상담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녀는 상담자와 같이 느끼고, 슬퍼하고, 분노하고,아파한다. 자신의 아픈 기억과 감추고 싶은 기억들, 심지어 알리고 싶지 않은 실수까지도 내어놓으면서 상담자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다.

 

하지만 위로는 상대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모두 나눠 주는 것이 위로예요. (p102)

 

그녀는 진정한 위로를 그들에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쉽게 말해, 완벽한 삶이 아니었다.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낸 것도 아니었다. 성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지도 못했다.

할아버지의 성적인 학대, 부모님의 이혼, 첫남편과의 이혼, 사랑하는 엄마의 죽음...

그녀야말로 누군가에게 위로 받아야하는 인생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녀의 조언은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깊이 공감하고 함께 해주는 조언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또 조언을 하면서 이래라 저래라 교훈을 일삼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경위를 충분히 이해해주고 공감한다. 그리고 상담자가 미처 보지 못한 다른 관점을 제시해준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풀어 목록을 만든다. 목록 만들기를 상당히 좋아한다. 그런데 이 방법이 상당히 효과가 있다. 그래서 상담자가 자신의 상황을 냉정한 위치에서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또한, 그녀의 조언은 재치가 있다. 소설가라서 그런지 말을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다. 그녀의 주옥같은 조언은 내 마음에 울림이 되어 책을 덮고 조용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용서란, 용서 받은 사람이 당신을 다시 한 번 무참히 짓발고 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닙니다. 용서란 당신이 입은 상처와 피해를 뚜렷이 인식하고 그로 인한 분노나 고통이 삶을 지배하지 않도록, 그 감정이 상대와의 관계를 정의 내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는다는 뜻이에요. (p200)

저는 상담 칼럼니스트지 점쟁이가 아니거든요. 저는 수정 구슬이 아니라 단어를 다루는 사람이에요. (p235)

지금의 저는 절대 알 수 없습니다. 당신 역시 당신이 택하지 않은 삶은 절대 알수 없어요. 우리가 아는 건 자매 삶이 중요하고 아름답다해도 우리것은 아니라는 거예요. 그 삶은 우리가 타지 않은 유령선과 같습니다. 우리가 할수 있는 일이라곤 해안에서 손을 흔들어 주는 것 뿐이에요. (p257)

 

그녀가 자신의 20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우리 모두가 듣고 싶고 우리의 젊은 시절에 해주고 싶은 말일 것이다.

 

무의미한  하루하루가 쌓여서 의미있는 무언가가 될거야. 고된 웨이트리스 일, 일기 쓰는 시간, 정처없이 오랫동안 헤매는 산책, 시와 단편집과 소설과 죽은 사람들의 일기를 읽고, 섹스와 신에 대해 고민하고, 겨드랑이 털을 밀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시간. 이런 것들이 모두 모여 네 자신이 될거야. (p367)

 

이 책을 읽으며 잠시 나 또한 위로 받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그녀의 영혼을 담은 글 때문이리라.

 

 

다만, 이 책이 우리나라의 상담칼럼이 아닌 미국의 것이기에 상담내용이 상당히 문화차이가 있다. 우리는 대부분 사랑, 취업, 아이들 문제, 부부간의 문제, 고부갈등, 직장에서의 어려움등이 상담주제가 될텐데, 미국은 우리와 달리 거의 모든 내용이 사랑이 주제이다. 물론 다른 것들도 있지만... 문화가 다르다 보니 헉~ 하는 내용도 많다. 그래서 상담주제 보다는 그것을 풀어나가는 저자의 능력 위주로 책을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에 이 상담칼럼이 인기를 누렸던 것이고...

 

한가지 에피소드는 내가 이 책 제목만 보고 딸아이 중학교 도서관에 새로운 도서구입목록에 이름을 올렸다가 - 나는 고민을 상담해주는 내용이라고 해서 아이들에게 좋을줄 만 알고 - 책을 받아들고 몇페이지 읽어나간뒤, 화들짝 놀라 얼른 학교에 전화를 걸어 목록에서 빼었다. 그만큼 우리 정서와는 조금 다른 내용이 많다. 아님, 내가 너무 진부한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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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천하최강 - 제6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49
정지원 지음 / 창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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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정지원

 

 

옛날 흥선군한테는 '천하장안'이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개인 경호는 물론이고 정보 수집 같은 것도 해 주는 심복들이었다고 하더라. 천하장안이라는 건 그 네사람의 성을 따서 만든 말이라고 하는데, 너희들 이름이 천완균, 하승언, 최성운, 강영인이니까 천하장안이 아니라 천하최강이 되더구나. (p50)

 

대부분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은 중고등 학창시절에 생기는것 같다. 그들이 여자들의 속닥거리는 우정을 이해 못하듯이 여자들도 그들의 치고박는 우정이 이해가 잘 안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머리가 커져서 대학에 들어가 만나는 친구들 보다, 같이 싸우고, 장난치고, 야한 책과 비디오를 빌려보던 그 추억들이 그들을 더욱더 강하게 이어주는 것 같다.

 

이 책은 어려서 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 4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의 성을 따라 '귀관'이라는 별명을 가진 선생님이 괄호로 묶어준 천하최강...

이야기는 성운이의 입원소식으로 시작되고 있다.

이제 학창시절을 지나 서른이 넘어 각자의 인생길을 걷고 있는 친구들.

'나' 승언은 성운이의 입원 소식을 듣고 급하게 버스터미널로 향하는 지하철에 오른다. 정류장을 하나씩 지날때마다 친구들과의 추억이 떠오른다.

언제나 공부 일등을 놓치지 않던 영인이. 잘난 척 하는 것 같고, 까칠해 보이지만 친구가 고롭힘을 당하면 몸으로 막아서는 친구이다. 재수를 하면서 만난 여자친구 지현이가 새아버지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알고 같이 가출을 감행, 다단계 판매소굴에 까지 들어가게 되고, 성운이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빠져 나와 새로운 마음으로 학업에 임한다. 결국 사법시험에 통과, 검사가 되고 지현이와는 아름다운 가정을 꾸리게 된다.

싸움을 잘하는 성운이. 여자친구와의 경험이 많은 성운이. 그러나 약한자를 괴롭히는 비겁한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 완균이를 괴롭히는 복학생을 보기 좋게 혼쭐을 내는 멋있는 친구이다. 결국 초등학생을 성폭행하려는 불법체류자들 앞에 막아서다가 칼에 찔려 입원까지 하게 된다.

몸집도 크고, 약간 느린듯한 완균이. 소심하고 겁도 많아 보이지만 친구들 일이라면 몸을 사리지 않고 나선다. 공무원으로 힘들게 일해 번돈 300만원과 1년치 휴가를 모두 친구 장례식에 쏟는 마음 착한 친구이다.

어릴때부터 울보인 승언이. 성운이가 함께 해 주어서 의지가 되어 학창시절을 보내었다. 변변한 직장을 얻지 못해 항상 현실에 쪼들리지만 마음이 예쁜 여자친구와 아름다운 사랑도 나누고 있다.

 

친구들은 모두 모이고, 시간은 지났지만 그들이 함께 했던 추억들을 떠올리게 된다.

학창시절에도, 사회에 나와서도 열심히 살았지만 현실은 그들의 편이 되어주지 않고, 언제나 가난과 비굴함 속에 있어야 함에 화가 나지만, 그래도 그들에게는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친구들이 있기에 행복하다.

소설은 성운이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나는 해가 진 뒤에야 햇볕이 따스했음을 알았고, 서른이 넘은 다음에야 예전 그 시절이 싱그러웠음을 기억했고 땅속으로 사라진 뒤에야 성운이가 너무나 소중한 녀석이었음을 깨달았다. 매번 밀려 쓴 답안지 같은 삶을 살았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 할지 모른다. (p208)

 

이런 친구들을 둔 인생이 몇이나 될까?  마음을 나누고, 세월이 지나도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나의 아이들도 이런 추억들을 그려나갈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기엔 현실이 너무 가혹하지만.

 

이 책은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책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청소년보다는 어른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구성 자체가 서른이 넘은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는 입장이라, 그 시절을 지내온 이의 삶의 깨달음 같은 것이 들어있다고나 할까? 청소년들의 생각을 대변하고 그들의 현재를 조명하기 보다는 "나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지" 라는 아저씨의 독백 같았다.

또한 사건 전개 구성이나 문장이 청소년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수준이 높다고나 할까?

그런데 요즘 청소년 문학의 수준은 점점 높아져서 성인 문학과 구분하는 것이 모순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과 성인 문학의 구분은 그 소재에 있는 것이지 문학성에 있는 것은 아니니까...

어찌 되었든 작가의 필력이 참 마음에 들었다.

식물성 연애라고 할수 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피어있던 꽃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같은 바람에 흔들리며 향기를 주고 받지만 잎과 줄기로 끈끈하게 엉켜드는 것은 겁내는 그런 연애다. 그래도 좋다. 괜찮다. 아마 나와 내 여자 친구는 지상의 시선들에는 들키지 않을 깊은 뿌리로 오래전부터 이어져 있었을 것이다. (p128)

화려하지는 않지만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이 곳곳에 있다. 청소년들도 그 문장들의 뜻을 이해하고 마음에 울림이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 된다.^^

 

 

 

 

책속에서 이해가 안되는 문장이 하나 있었다.

이처럼 잔인한 계획은 아트레에게 어울리지 않으나, 티에스테에게는 어울린다. (p121)

아트레와 티에스테가 뭔지 몰라서 검색을 해 보았다.

이 책을 읽다 나같은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서 곁들여 붙여놓는다.^^

 

티에스테스는 형수 아이로페를 유혹하여 아트레우스가 보관하고 있던 황금양모를 훔치도록 했다. 황금양모를 갖고 있던 티에스테스는 미케네 사람들로부터 왕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제우스가 개입하여 태양을 거꾸로 돌게 하여 동쪽에 지도록 했다. 이에 사람들은 티에스테스를 폐위하고 아트레우스를 왕으로 세웠다. 아트레우스는 동생 티에스테스를 추방했다.

아트레우스가 아내의 부정을 알게 되어, 복수를 위해 쫓겨간 티에스테스를 불러 들였다. 환영연에서 아트레우스는 미리 죽였던 티에스테스의 두 아들의 고기를 동생에게 먹였다. 티에스테스는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아트레우스와 그의 자손들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티에스테스는 델포이의 신탁에 따라 친 딸 펠로피아를 겁탈하여 아이기스토스를 낳았다. 이 아들은 후에 아버지가 저주한 아트레우스 집안에 복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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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소울 - 제3회 살림YA문학상 대상 수상작
김선희 지음 / 살림Friends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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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김선희

 

 

열여덟의 삶은 어떠할까?

아니, 나의 열여덟은 어떠했었나?

그리고 지금 나의 아들 열여덟의 삶은 어떨까?

 

나 말이야. 열여덟 살이 끝나지 않을 거 같아서 가끔씩 무섭다.

열여덟에서 시간이 멈춰 버린 것 같아.

일 년 전에도 십 년 전에도 난 열여덟 살이었던 것 같아. (p111)

 

열여덟은 만으로 17세 주민등록증이 나오는 때이다. 보통 고2정도.

그들은 이제 책임있는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나이를 지나게 된다. 이제 까지 배워왔던 자신의 생각들과 가치관들을 어느정도 정립하고, 그들의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고 향유하고 비판할 준비가 되어있는 때라고도 할수 있겠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들에게 어느정도의 책임을 물으면서도 어쩔수 없는 입시 상황과 교육 환경 속에 주어진 틀에서만 지내라고 한다. 미래를 위한 꿈도 잠시 접은채.

 

형민이는 다섯 살 때, 돈벌러 간 아버지를 찾으러 나가겠다는 어머니에 의해 할머니 집에 맡겨진다. 그때부터 형민이는 할머니가 유일한 가족이었다.

하지만 가족의 필요성을 느껴본 적 역시 한번도 없다. 초등학교 때쯤 가족이 그리웠던 적이 있었다. 남들은 다 있는 가족이 나한테는 없으니까. 단지 그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가족이란게 살아가는데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어 버렸다. 떼어 내 버려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 맹장처럼. (p62)

형민이의 가장 친한 친구 공호는 어릴 적 아버지의 사업이 잘되어 캐나다로 조기유학까지 갔다온 친구이다. 캐나다에서 엄마는 다른 남자를 만나 자신의 인생을 찾겠다고 떠났고, 공호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아빠와 살게되지만 아빠의 사업이 점점 기울어 결국 지하방 신세를 지게 된다. 아빠는 빚쟁이에게 시달리며 매일 소주 2병과 세월을 보내고 있다.

"엄마 안 보고 싶냐?"

"내가 어린애냐? 엄마가 보고 싶게. 나한테는 밥이 엄마다. 빨리 먹자. (p85)

미미는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아이로 난독증과 함께 말을 더듬는다. 그래서 항상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한다. 그러나 미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신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 무표정한 표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 미미에게는 비밀이 있다.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줄 유일한 창구, 노래가 있다. 주말에 홍대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미미는 '홍대여신'으로 불리운다.

학교 생활을 십 년쯤 하다 보면 일 년에 한두 명씩 그림자 같은 인생을 만나게 된다. 있어도 표 나지 않고, 설사 없어도 그만인 그런 아이.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고 선생님들조차도 관심을 주지 않는 아이. 벽에 걸린 달력처럼 존재감이 없어서 한 달이 지나도 혹은 일 년이 지나도 누가 건드려 주기 전에는 그 자세로  있을 것만 같은 아이. (p21)

 

형민이가 사는 지역에 <전국노래자랑>예심이 있게 되고, 할머니는 형민이와 프로그램 참가 신청을 하게 된다. 노래 연습을 하는 와중에 형민이는 미미가 노래를 하는 것을 듣게 되고 그녀의 소리에 매료 되어 좋아하게된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의 왕따 미미와 사귄다는 소문이 돌자, 형민이 또한 따돌림을 당하게 되고, 평소에 믿었던 선생님에게 조차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 드디어 녹화당일, 할머니와 형민이가 무대에 오르게 된다. 형민이와 할머니는 그들이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그 자리에서 하게 된다.

 

 

너무나도 소중한 책을 만났다. 읽는 내내 눈을 뗄수가 없었고, 그 순수한 영혼들의 하루하루에 내 마음은 따뜻해져왔다.

거부하고 싶은 상황속에서도 그들만의 살아가는 방법으로 건강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형민, 공호, 미미 세사람에게 나는 홀딱 반했다.

이들처럼 다른 아이들도 그들의 힘든 현실을 헤쳐 나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형민에게는 한없는 사랑을 부어준 할머니가 있고, 공호에게는 언제나 곁에 있어준 친구 형민이가 있고, 미미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노래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 형민이 할머니의 한마디는 나의 눈물샘을 자극해 결국 울어버리고 말았다.

 

내 아들 김민섭아, 잘 봐라. 네 아들 김형민이 이렇게 잘 컸다. 네가 어디서 뭘 하든지 간에 이 에미는 네 아들 잘 키우고 있겠다. 절대로 밥 굶어서는 안 된다. 밥심만 있으면 어떤 힘든 일도 다 이겨낼 수 있는 거다. 내 며느리 윤자선아, 잘 봐라. 네 아들 형민이 알아 보겠나? 내 아들 찾으러 갔는데 아직 안 오는 걸 보면 아직 내아들 못 찾았는가 보다. 내 아들 찾을 때까지 네 아들 잘 기르고 있을 테니까 네 아들 찾고 싶거든 내 아들 후딱 찾아오너라. 난 아직 건강하고 살 만하니 시에미 걱정은 말고 내 아들 찾을 걱정이나 하거라. 얘들아, 사랑한다. (p214)

 

화려한 문체는 아니지만 작품속에 이어지는 시선들이 매끄럽게 이어지고, 호흡이 고르다. 앞뒤로 꽉 짜여진 빈틈 없는 구성이 마음에 든다. 군더더기 없는 깨끗한 전개가 깔끔하다. 많이 상처받았을 그들의 마음을 깊게 헤아려, 한번 삭히고 나오는 모든 말들이 아마 작가 본인이 마음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표현이 잘 되어 있다. 상처가 깊기에, 그런 상처들이 몇번씩 아프고, 아물고, 아프고, 아무는 과정을 지독히도 많이 보냈기에 오히려 그런 따뜻한 대사들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책을 덮고도 마지막 형민이와 할머니가 막춤을 추며 '잘했군 잘했어'를 부르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책에 나오는 선생님의 배신에 너무 화가 났었다. 옆에 있었으면 욕이라도 한바가지 퍼부어주고 싶었을 정도로.

그 장면에서 얼마나 화가 났었는지, 지금도 가슴이 쿵쿵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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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드먼튼의 정원사
조혜연 지음 / 시냅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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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조혜연

 

 

 

취업이 어려운 요즘, 남들보다 더 많은 스펙을 가지기 위해 어학연수는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방법도 다양해져서, 일반적인 어학연수 외에 교환학생, 봉사를 통한 연수, 워킹홀리데이등등 그 선택도 여러가지이다.

어학연수를 통해 우리들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한 영어실력의 향상일까?

사실 영어를 더 잘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해외로 어학연수를 갈 필요는 없다. 국내에도 좋은 시설에, 좋은 강사에, 해외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배울수 있기 때문이다.

어학연수는 어떤 의미에서는 문화연수라고 말할 수 있다. 나와 다른 문화, 다른 인종, 다른 생각들을 경험하고, 그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너무나도 훌륭하고 알찬 어학연수를 했다.

 

저자는 4학년 졸업반을 코앞에 두고 누구나 한번은 해봐야 한다는 어학연수의 하나로 교환학생을 신청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대상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없자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무료 홈스테이 사이트를 통해 캐나다의 에드먼튼에서 정원사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게되었다.

 

일주일에 10~15시간 정도만 정원 일을 해주시면 숙박과 세 끼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겠습니다.

 

6개월이면 관광비자로 갈수 있고, 관광비자로도 3개월 까지는 학원 수강이 가능하니 어학연수로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시작된 그녀의 에드먼튼의 정원사 생활은 이후에 그녀의 삶에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영어학원도 다녀보고, 현지교회에 나가 아이들도 돌보고, 각종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해보기도 하고 대학청강생으로 수업도 듣는 그녀의 6개월간의 생활은 정말 역동적이다.

현지교회의 어린아이들을 돌보다가 아프리카 이민자의 파티에 초대를 받기도 하고. 방송국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TV출연도 하게되고, 이민자들을 위한 무료 영어교습을 받으려 하다가 오히려 교사가 되기도 한다. 베트남 할머니 할아버지를 가르치는 일은 아마 쉽지는 않았겠지만 그런 일들을 통해 그녀는 더욱더 많은 사람과 문화를 공유하게 되었다. YWCA 자원봉사활동은 잡다한 단순노동으로 시작되었지만 나중에는 하루종일 영어로 떠들어 대는 전화통화로 바뀌었다. 어떤 어학연수가 그렇게 맣은 영어를 하루종일 떠들수 있게 만들수 있겠는가!

그녀는 에드먼튼 지역에서 벌어지는 축제에도 빠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축제에 참여하는 더 많은 나라들과 더 많은 인종들, 사람들. 이 모든것들이 그녀의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 청강생의 신분으로 대학강의도 듣고 사실 보통 어학연수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하지 않았나 싶다.

 

어떤 프로그램의 어학연수 인가는 중요하지 않은것 같다.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자세로 연수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주저하지 말고, 내가 할수 있는 것을 스스로 찾는 그녀의 자세가 참으로 놀라웠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십년이나 지난 어학연수 얘기에 그 누가 관심을 갖겠느냐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난 십년이 지난 후에 이 책을 썼기에 이 책이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 6개월간의 시간이 이후의 내 인생에 어떤 영향들을 미쳤는지가 책 중간 중간에 잘 놀아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십년이 지났든 이십년이 지났든 결국 어학연수에 대한 본질은 똑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내 책은 어학연수에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를 주는 책은 물론 아니다. 누군가 구체적 정보를 기대하고 이 책을 집었다면 크게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학 연수라는 것이 어떤 것이지 또 어떻게하면 알차고 뜻 깊은 어학 연수를 보내다 올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p7)

 

그녀가 말하는 <나만의 특별한 어학연수를 만드는 7가지 방법>이 있다.

1.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라!

2.영화관을 이용하라!

3.혼자만의 여행을 떠나라!

4.나이의 벽을 허물어라!

5.축제를 즐겨라!

6.다양한 문화를 경험해 보라!

7.한국인들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라!

 

영어를 '배우기'위해서가 아니라 '사용하기'위해서 어학연수를 가는 것이라는 그녀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지금도 어학연수를 생각하고 준비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이 책을 통해 많은 조언을 얻길 바란다.

 

 

 

 

 

책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

- 아주 잘 씌여진 글은 아니다. 생활을 적은 것이다 보니 문학적인 표현이 없는 것은 당연하나 문장이 너무나 짧게 끊어져 호흡이 너무 짧다. 문장이 수려하지도 않으면서 길기만 한것 보다는 간결해서 좋기는 하지만, 너무 짧아 오히려 매끄럽지가 못하다.

 

오탈자

p 220 디제이가 돼보는 → 되보는

p 227 맛보지 못했을 값진 것들이 한상 →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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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를 위한 심리상담
로버트 드 보드 지음, 고연수 옮김 / 교양인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지은이   로버트 드 보드

 

 

 

 

와일드우드 숲의 토드는 아버지로 부터 물려받은 저택, 토드홀의 주인으로 정도 많고, 변덕도 심하고, 우쭐대기도 좋아하고, 항상 새로운것을 쫓아가는 두꺼비이다. 그의 친구 랫과 몰은 그를 걱정하고, 오소리 배저 아저씨도 따끔한 충고를 언제나 잊지 않지만, 토드는 언제나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일만 벌인다. 결국 자동차를 훔쳐 질주를 벌이다, 재판에서 20년형을 선고 받고 감옥에 갇힌다. 그러나 간수의 딸의 도움으로 세탁부 할머니로 변장, 감옥을 탈출하는데, 자신이 전에 훔쳤던 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는 운전석을 빼앗아 다시 질주 하기 시작한다. 경찰의 눈에 띄인 토드. 또다시 도망치다 친구 랫의 굴앞에 다다른다. 그동안 자신의 집 토드홀이 숲의 무법자인 담비와 족제비와 흰담비들로 점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랫,몰, 배저아저씨와 함께 비밀통로를 따라 급습한다. 이들은 승리하였고 토드홀을 되찾는다. 이렇게 토드의 모험은 끝나게 된다.

 

이 이야기는 케네스 그레이엄의 소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토드를 위한 심리상담>은 그뒤 토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야기에서 보다시피 토드는 자신의 약함을 숨기기 위해 뻐기기를 좋아하고, 허풍을 떨며, 항상 새롭고 신기한것, 재미있는것을 쫓아가는 성격이다.

그런 그가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과 의기 소침, 낮아진 자존감으로 우울에 빠지게 된다. 자살까지도 생각할정도로 위험한 상태에 이르자 친구들은 그를 심리상담가 헤런 박사에게 데리고 간다. 토드는 헤런 박사와의 심리 상담으로 점차 우울에서 회복되어 지는 것으로 이야기는 구성이 되어 있다.

 

심리상담에 관한 책이라고 하면, 원론적인 학문형 책과 실제 사례를 드는 에피소드형 책이 있을 수 있다. 아마도 이 책은 이 두가지를 접목하려 했던 것 같다. 토드의 기본 성향을 바탕으로 심리 상담을 할때 이용하는 이론들을 설명해 나가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태어나면서 부터 가지고 있는 [타고난 자아], 그리고 우리가 부모 로부터 훈육을 받으며 가지게 되는 [부모의 자아], 우리가 성장하면서 교육받고 사회에 적응하며 얻게되는 [어른 자아] 이 세가지의 조화를 토드와의 상담과정 중에 대화로 풀어 내가고 있다. 직접 토드에게 말로 설명하면서.

토드는 어릴 때 부터 권위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기에, 부모의 자아 영향을 강하게 받고 컸다. 부모의 자아 영향을 많이 받게되는 결과가 두가지로 나타나는데, 자신도 그런 자아를 강하게 갖게 되거나, 그에 반하여 자신은 타고난 자아 상태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토드는 오히려 타고난 자아 상태에 머물러 자신의 생각, 자신의 의지를 남에게 주장하지 못하고, 순응하는 편이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친구들에게는 보이지 않으려고 오히려 과시하는 일상적이고 평범하지 못한 돌출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결국엔 자신에 대한 비하로까지 이어져 토드를 우울하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

해런박사는 그런 토드를 일으키기 위해 계속 질문을 하며 생각하게 하고, 그에게 스스로의 문제를 직시하도록 만든다.

결국 의도했는지, 어쨌는지는 알수 없지만 토드는 폭발하게 되고, 자신에게도 성숙된 [어른 자아]가 있음을 증명해 보인다.

 

토드는 이제 거의 폭발할 지경이 되었다. "거봐, 또 시작이잖아! 질문, 질문, 또 질문. 빌어먹을 질문들. 넌더리가 나!" 그는 덤벼보라는 듯이 헤런을 노려보았다. 심장이 강하게 고동치기는 했지만 불안하게 두근 반 세근 반 하지는 않았다. 토드는 진짜 화가 나긴 했지만 완벽하게 스스로를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그는 방금 자신이 헤런과 자신의 아버지 두 사람 모두와 관련이 있는 무언가 매우 의미심장한 일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한편으로는 방금 한 행동에 토드 자신도 깜짝 놀랐다. 그의 행동은 단순히 무례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헤런에게 맞섰고, 어떤 점에서는 그를 물리쳤다. 그리고 이것은 그의 아버지와 관련이 있었다. 갑자기 토드는 자신이 더는 비굴한 인물을 연기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펼 수 있었고, 자기가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할 수 있었다. (P180)

 

토드는 이제 완전히 회복이 되어 그 어느때보다도 활기차고 자신있는 모습으로 살아가게 된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을 찾으면서 말이다.

 

심리상담에 대한 이론을 쉼게 풀어내기 위해 토드와의 상담형식을 빌려 책을 썼지만 그래도 이론적인 이야기가 많다보니 어렵게 느껴졌다. 사실 책이 어려웠다는 말이 아니라 (책은 술술 쉽게 읽힌다.) 상담을 그렇게 이론적으로 풀어 나간다면 나는 머리 아파서 상담을 이어가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상담은 그렇지 않으리라고 기대한다.

그래도 기본적인 이론을 이해할수는 있다. 하지만 아주 기초적인 이론이다. 그리고 그런 이론에서 갑자기 토드가 알을 깨고 나오듯이 회복되는 과정이 너무 급격하다는 기분을 떨칠수가 없다.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실패한 느낌이다.

 

그래도 이 책을 높이 평가할 수 있는 한가지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토드의 우울의 원인은 사실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감의 부족, 계속되는 실패, 외부의 질타와 시선, 낮아지는 자존감. 이런것들이 쌓여 한때 우울한 기분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것이기 때문이다. 토드가 그것들을 조금씩 이겨내가는 것을 보며 이 책을 읽는 독자 또한 자신의 문제를 투영하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옮긴이의 말에도 나왔듯이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하지 말아야 하는 나의 모습을 책에서 발견하는 점이다.

 

이 책을 번역하는 동안 내내 책장을 펼치고 다시 닫을 때까지 계속 가슴 한쪽이 아려서 가끔씩 키보드를 누르는 손을 멈추곤 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심리 게임 가운데 '넌 왜 이리 날 실망시키니' 게임이나 '너 딱 걸렸어' 게임을 내가 내 아이를 상대로 한 적이 있었다는 뜨끔함 때문이었다. 토드의 아버지처럼 아이의 흠을 찾아내고 나무라기 바빴던 나의 잘못을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을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은 이유다. (P227)

 

이 두가지 점에서 그래도 이 책은 읽어볼 만 하다고 여겨진다.^^

 

심리를 연구하는 방법중에 하나인 애니어그램을 배운적이 있는데, 사람의 성격을 그 유형에 따라 1번 에서 9번 까지 9가지로 구분을 한다. 그 구분에 따르면 토드는 7번 유형인 것 같다. 항상 외부세계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는 7번은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 외부세계와 끊임없이 접촉하고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찾으려 하며 항상 기발하고 아이디어가 넘친다. 불안하기 때문에 의존성이 강한면을 보이기도 하고 그러기에 어떤때는 순응적이었다가, 어떤때는 감당할수 없는 폭발도 나온다.  

그에 비하면 오소리 배저 아저씨는 자신이 옳고 완벽하고, 그렇기에 남을 지적하기 좋아하는 1번유형인 듯 하다.

몰은 남의 상황을 많이 배려하고 도와주려는 2번 유형, 랫은 자신의 주장이 확고하고 개인적인 성향도 강한 5번정도 일까?

 

아마도 이렇게 다른 유형에 따른 심리적 문제도 다양할 것이고, 그에 따른 심리상담의 방법도 달라질것이다.

<몰을 위한 심리 상담> <배저아저씨를 위한 심리상담>이란 책이  또 나올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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