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소울 - 제3회 살림YA문학상 대상 수상작
김선희 지음 / 살림Friends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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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김선희

 

 

열여덟의 삶은 어떠할까?

아니, 나의 열여덟은 어떠했었나?

그리고 지금 나의 아들 열여덟의 삶은 어떨까?

 

나 말이야. 열여덟 살이 끝나지 않을 거 같아서 가끔씩 무섭다.

열여덟에서 시간이 멈춰 버린 것 같아.

일 년 전에도 십 년 전에도 난 열여덟 살이었던 것 같아. (p111)

 

열여덟은 만으로 17세 주민등록증이 나오는 때이다. 보통 고2정도.

그들은 이제 책임있는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나이를 지나게 된다. 이제 까지 배워왔던 자신의 생각들과 가치관들을 어느정도 정립하고, 그들의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고 향유하고 비판할 준비가 되어있는 때라고도 할수 있겠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들에게 어느정도의 책임을 물으면서도 어쩔수 없는 입시 상황과 교육 환경 속에 주어진 틀에서만 지내라고 한다. 미래를 위한 꿈도 잠시 접은채.

 

형민이는 다섯 살 때, 돈벌러 간 아버지를 찾으러 나가겠다는 어머니에 의해 할머니 집에 맡겨진다. 그때부터 형민이는 할머니가 유일한 가족이었다.

하지만 가족의 필요성을 느껴본 적 역시 한번도 없다. 초등학교 때쯤 가족이 그리웠던 적이 있었다. 남들은 다 있는 가족이 나한테는 없으니까. 단지 그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가족이란게 살아가는데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어 버렸다. 떼어 내 버려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 맹장처럼. (p62)

형민이의 가장 친한 친구 공호는 어릴 적 아버지의 사업이 잘되어 캐나다로 조기유학까지 갔다온 친구이다. 캐나다에서 엄마는 다른 남자를 만나 자신의 인생을 찾겠다고 떠났고, 공호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아빠와 살게되지만 아빠의 사업이 점점 기울어 결국 지하방 신세를 지게 된다. 아빠는 빚쟁이에게 시달리며 매일 소주 2병과 세월을 보내고 있다.

"엄마 안 보고 싶냐?"

"내가 어린애냐? 엄마가 보고 싶게. 나한테는 밥이 엄마다. 빨리 먹자. (p85)

미미는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아이로 난독증과 함께 말을 더듬는다. 그래서 항상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한다. 그러나 미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신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 무표정한 표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 미미에게는 비밀이 있다.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줄 유일한 창구, 노래가 있다. 주말에 홍대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미미는 '홍대여신'으로 불리운다.

학교 생활을 십 년쯤 하다 보면 일 년에 한두 명씩 그림자 같은 인생을 만나게 된다. 있어도 표 나지 않고, 설사 없어도 그만인 그런 아이.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고 선생님들조차도 관심을 주지 않는 아이. 벽에 걸린 달력처럼 존재감이 없어서 한 달이 지나도 혹은 일 년이 지나도 누가 건드려 주기 전에는 그 자세로  있을 것만 같은 아이. (p21)

 

형민이가 사는 지역에 <전국노래자랑>예심이 있게 되고, 할머니는 형민이와 프로그램 참가 신청을 하게 된다. 노래 연습을 하는 와중에 형민이는 미미가 노래를 하는 것을 듣게 되고 그녀의 소리에 매료 되어 좋아하게된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의 왕따 미미와 사귄다는 소문이 돌자, 형민이 또한 따돌림을 당하게 되고, 평소에 믿었던 선생님에게 조차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 드디어 녹화당일, 할머니와 형민이가 무대에 오르게 된다. 형민이와 할머니는 그들이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그 자리에서 하게 된다.

 

 

너무나도 소중한 책을 만났다. 읽는 내내 눈을 뗄수가 없었고, 그 순수한 영혼들의 하루하루에 내 마음은 따뜻해져왔다.

거부하고 싶은 상황속에서도 그들만의 살아가는 방법으로 건강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형민, 공호, 미미 세사람에게 나는 홀딱 반했다.

이들처럼 다른 아이들도 그들의 힘든 현실을 헤쳐 나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형민에게는 한없는 사랑을 부어준 할머니가 있고, 공호에게는 언제나 곁에 있어준 친구 형민이가 있고, 미미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노래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 형민이 할머니의 한마디는 나의 눈물샘을 자극해 결국 울어버리고 말았다.

 

내 아들 김민섭아, 잘 봐라. 네 아들 김형민이 이렇게 잘 컸다. 네가 어디서 뭘 하든지 간에 이 에미는 네 아들 잘 키우고 있겠다. 절대로 밥 굶어서는 안 된다. 밥심만 있으면 어떤 힘든 일도 다 이겨낼 수 있는 거다. 내 며느리 윤자선아, 잘 봐라. 네 아들 형민이 알아 보겠나? 내 아들 찾으러 갔는데 아직 안 오는 걸 보면 아직 내아들 못 찾았는가 보다. 내 아들 찾을 때까지 네 아들 잘 기르고 있을 테니까 네 아들 찾고 싶거든 내 아들 후딱 찾아오너라. 난 아직 건강하고 살 만하니 시에미 걱정은 말고 내 아들 찾을 걱정이나 하거라. 얘들아, 사랑한다. (p214)

 

화려한 문체는 아니지만 작품속에 이어지는 시선들이 매끄럽게 이어지고, 호흡이 고르다. 앞뒤로 꽉 짜여진 빈틈 없는 구성이 마음에 든다. 군더더기 없는 깨끗한 전개가 깔끔하다. 많이 상처받았을 그들의 마음을 깊게 헤아려, 한번 삭히고 나오는 모든 말들이 아마 작가 본인이 마음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표현이 잘 되어 있다. 상처가 깊기에, 그런 상처들이 몇번씩 아프고, 아물고, 아프고, 아무는 과정을 지독히도 많이 보냈기에 오히려 그런 따뜻한 대사들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책을 덮고도 마지막 형민이와 할머니가 막춤을 추며 '잘했군 잘했어'를 부르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책에 나오는 선생님의 배신에 너무 화가 났었다. 옆에 있었으면 욕이라도 한바가지 퍼부어주고 싶었을 정도로.

그 장면에서 얼마나 화가 났었는지, 지금도 가슴이 쿵쿵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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