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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천하최강 - 제6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49
정지원 지음 / 창비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지은이 정지원
옛날 흥선군한테는 '천하장안'이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개인 경호는 물론이고 정보 수집 같은 것도 해 주는 심복들이었다고 하더라. 천하장안이라는 건 그 네사람의 성을 따서 만든 말이라고 하는데, 너희들 이름이 천완균, 하승언, 최성운, 강영인이니까 천하장안이 아니라 천하최강이 되더구나. (p50)
대부분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은 중고등 학창시절에 생기는것 같다. 그들이 여자들의 속닥거리는 우정을 이해 못하듯이 여자들도 그들의 치고박는 우정이 이해가 잘 안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머리가 커져서 대학에 들어가 만나는 친구들 보다, 같이 싸우고, 장난치고, 야한 책과 비디오를 빌려보던 그 추억들이 그들을 더욱더 강하게 이어주는 것 같다.
이 책은 어려서 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 4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의 성을 따라 '귀관'이라는 별명을 가진 선생님이 괄호로 묶어준 천하최강...
이야기는 성운이의 입원소식으로 시작되고 있다.
이제 학창시절을 지나 서른이 넘어 각자의 인생길을 걷고 있는 친구들.
'나' 승언은 성운이의 입원 소식을 듣고 급하게 버스터미널로 향하는 지하철에 오른다. 정류장을 하나씩 지날때마다 친구들과의 추억이 떠오른다.
언제나 공부 일등을 놓치지 않던 영인이. 잘난 척 하는 것 같고, 까칠해 보이지만 친구가 고롭힘을 당하면 몸으로 막아서는 친구이다. 재수를 하면서 만난 여자친구 지현이가 새아버지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알고 같이 가출을 감행, 다단계 판매소굴에 까지 들어가게 되고, 성운이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빠져 나와 새로운 마음으로 학업에 임한다. 결국 사법시험에 통과, 검사가 되고 지현이와는 아름다운 가정을 꾸리게 된다.
싸움을 잘하는 성운이. 여자친구와의 경험이 많은 성운이. 그러나 약한자를 괴롭히는 비겁한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 완균이를 괴롭히는 복학생을 보기 좋게 혼쭐을 내는 멋있는 친구이다. 결국 초등학생을 성폭행하려는 불법체류자들 앞에 막아서다가 칼에 찔려 입원까지 하게 된다.
몸집도 크고, 약간 느린듯한 완균이. 소심하고 겁도 많아 보이지만 친구들 일이라면 몸을 사리지 않고 나선다. 공무원으로 힘들게 일해 번돈 300만원과 1년치 휴가를 모두 친구 장례식에 쏟는 마음 착한 친구이다.
어릴때부터 울보인 승언이. 성운이가 함께 해 주어서 의지가 되어 학창시절을 보내었다. 변변한 직장을 얻지 못해 항상 현실에 쪼들리지만 마음이 예쁜 여자친구와 아름다운 사랑도 나누고 있다.
친구들은 모두 모이고, 시간은 지났지만 그들이 함께 했던 추억들을 떠올리게 된다.
학창시절에도, 사회에 나와서도 열심히 살았지만 현실은 그들의 편이 되어주지 않고, 언제나 가난과 비굴함 속에 있어야 함에 화가 나지만, 그래도 그들에게는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친구들이 있기에 행복하다.
소설은 성운이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나는 해가 진 뒤에야 햇볕이 따스했음을 알았고, 서른이 넘은 다음에야 예전 그 시절이 싱그러웠음을 기억했고 땅속으로 사라진 뒤에야 성운이가 너무나 소중한 녀석이었음을 깨달았다. 매번 밀려 쓴 답안지 같은 삶을 살았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 할지 모른다. (p208)
이런 친구들을 둔 인생이 몇이나 될까? 마음을 나누고, 세월이 지나도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나의 아이들도 이런 추억들을 그려나갈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기엔 현실이 너무 가혹하지만.
이 책은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책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청소년보다는 어른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구성 자체가 서른이 넘은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는 입장이라, 그 시절을 지내온 이의 삶의 깨달음 같은 것이 들어있다고나 할까? 청소년들의 생각을 대변하고 그들의 현재를 조명하기 보다는 "나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지" 라는 아저씨의 독백 같았다.
또한 사건 전개 구성이나 문장이 청소년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수준이 높다고나 할까?
그런데 요즘 청소년 문학의 수준은 점점 높아져서 성인 문학과 구분하는 것이 모순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과 성인 문학의 구분은 그 소재에 있는 것이지 문학성에 있는 것은 아니니까...
어찌 되었든 작가의 필력이 참 마음에 들었다.
식물성 연애라고 할수 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피어있던 꽃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같은 바람에 흔들리며 향기를 주고 받지만 잎과 줄기로 끈끈하게 엉켜드는 것은 겁내는 그런 연애다. 그래도 좋다. 괜찮다. 아마 나와 내 여자 친구는 지상의 시선들에는 들키지 않을 깊은 뿌리로 오래전부터 이어져 있었을 것이다. (p128)
화려하지는 않지만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이 곳곳에 있다. 청소년들도 그 문장들의 뜻을 이해하고 마음에 울림이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 된다.^^
책속에서 이해가 안되는 문장이 하나 있었다.
이처럼 잔인한 계획은 아트레에게 어울리지 않으나, 티에스테에게는 어울린다. (p121)
아트레와 티에스테가 뭔지 몰라서 검색을 해 보았다.
이 책을 읽다 나같은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서 곁들여 붙여놓는다.^^
티에스테스는 형수 아이로페를 유혹하여 아트레우스가 보관하고 있던 황금양모를 훔치도록 했다. 황금양모를 갖고 있던 티에스테스는 미케네 사람들로부터 왕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제우스가 개입하여 태양을 거꾸로 돌게 하여 동쪽에 지도록 했다. 이에 사람들은 티에스테스를 폐위하고 아트레우스를 왕으로 세웠다. 아트레우스는 동생 티에스테스를 추방했다.
아트레우스가 아내의 부정을 알게 되어, 복수를 위해 쫓겨간 티에스테스를 불러 들였다. 환영연에서 아트레우스는 미리 죽였던 티에스테스의 두 아들의 고기를 동생에게 먹였다. 티에스테스는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아트레우스와 그의 자손들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티에스테스는 델포이의 신탁에 따라 친 딸 펠로피아를 겁탈하여 아이기스토스를 낳았다. 이 아들은 후에 아버지가 저주한 아트레우스 집안에 복수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