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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 (리커버 에디션, 양장)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13.67 (한즈미디어, 2015년)
원 제 13.67(2014년)
1. 찬호께이의 '망내인'을 읽고 섬세한 캐릭터 묘사, 홍콩의 현대를 반영하는 구성과 꿈틀거리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의미있고 뛰어난 스릴러'라고 평가했었습니다. 반면 그 뒤로 읽은 몇편의 소설이 범작에 그쳐 실망도 했습니다. 명작 스릴러로서 여러 리뷰어들에게 찬호께이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이 책은 '망내인' 쪽이더군요. 사실은 이 소설이야 말로 '망내인'을 뛰어넘는 찬호께이 작가의 최고 대표작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2. '관둰저'와 '샤오밍'이라는 형사가 등장하는, 시점이 다른 6편의 중,단편 소설이 이어진 소설입니다. 각각의 단편은 트릭과 추리를 포함한 기승전결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독특하게도 진행은 시간의 역순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2013년도에서 1967년으로 점차 거슬러 올라가는 시점은, 영화 '박하사탕'을 떠올리면 맞을 것 같습니다.
3. 사건을 풀어나가는 한 편, 미래의 인물들에 현재의 사건이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를 따져보는 이런 방식은, 단편이 여러편 모인 추리소설에서 상당히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이 소설처럼 모든 이야기의 합이 잘 맞아 돌아갈 때의 이야기입니다.) 미래시점에서 언급됐던 사건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의 상황을 따라가다보면, 어느덧 앞부분이 궁금해 다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반전에 지나친 가독성이 걸려있어, 끊임없는 일방통행만 해야하는 것이 추리소설의 태생적 한계인데요. 이 소설 '13.67' 같은 방식의 서술은 따뜻한 가독성은 유지하며, 적절한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좋은 해결책같았습니다. 일독 후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을 저절로 돌이켜 보게 되더군요.
또, 이 소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1980~1990 년을 주름잡았던 홍콩 영화를 떠오르게 하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일본 스릴러 풍의 두뇌와 심리 싸움으로만은 묻어나오지 않는, 누와르 특유의 어둑어둑한 분위기, 텁텁한 총과 칼의 내음, 배신와 반전의 찍득거림이 곳곳에서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개성넘치는 캐릭터도 돋보이는 장점으로 꼽을수 있겠네요. 사실 '구두쇠 척척박사 형사' 캐릭터가 새롭지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각각의 사건에서 이질적인 면을 찾아 큰 그림을 유추하는 '관전둬'의 날카로움은 셜록의 그것처럼 같더군요. 독자에게도 똑같이 주어진 단서를 통해 추리를 이어나가는 영민한 주인공을 지켜보는 재미도 상당했습니다. 또한, 매 이야기마다 선보이는 트릭에서 독자에 우위를 점하는 데에 대체로 성공합니다.
4. 이 소설은 홍콩의 중요 시점을 꿰뚫는 시대극이기도 하며, 주인공의 죽음조차 반전으로 삼는 뽕을 뽑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1년에 딱 한권의 추리소설을 읽을수 있다'라는 분들에게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네요. 이 글의 리뷰를 준비하며 이 책에 관한 많은 추천사를 읽었는데, 그중 (온라인서점) 알라딘 추천 글이 멋진 것 같아 마지막으로 옮겨 적습니다.
# 2020년 7월부터 (온라인서점) 알라딘에서 단독으로 13.67 리커버 에디션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구입을 고려하셔도 좋을것 같네요. 표지가 멋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