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돌이킬 수 없는 약속 (북플라자, 2017년)

원 제 誓約 (2015년)

1. 작가인 야쿠마루 가쿠는 일본 및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작가지만, 발간된 지 1년이나 지나서 베스트셀러 차트 역주행을 하며 승승장구할 정도로 인지도 있는 작가는 아닙니다. 또, 이 소설이 평균 이상의 가독성과 반전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대중과 비평가 모두에게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는 아닙니다. 역주행과 흔히 인과관계를 가지는 영화화나 드라마화와도 상관이 없는 소설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각종 서점 순위에서 소설 부문 1위는 물론이고, 종합 10위권 내에서 10주 이상을 머무르며 조용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2. 이 소설이 국내 도서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주요한 원인 중. 적절한 제목 변경이 큰 역할을 했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 소설의 원제는 '誓約', 우리 말로 직역하면 '서약'입니다. 서약이라는 중의적 제목을 가져다 쓰기보다, 원제의 뜻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주 고객층인 젊은 여성에게 어필하는 트랜디한 제목을 사용하기로 한 출판사의 결정은, 이 소설이 흥행할 수 있었던 큰 원인으로 여겨지더군요. 또 최근 몇 년간 꾸준히 각광받고 있는 북트레일러 형식의 홍보물도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론에서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홍보 성공이라고 가볍게 짚고 넘어갔지만, 소설의 중요한 장면만 영상화시켜 (잠재 구매들로 하여금) 뒷부분을 궁금케 만드는 이런 방식의 홍보는 앞으로 도서 마케팅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될 것 같습니다.

3. 베일에 가려진 범인이 누군지를 밝히는, '반전이 중심이 되는 스릴러' 였지만, 주인공의 성공적인 '탈주극' 또한 이 소설의 중요한 가독성 증가 요인이었습니다. 도주 중인 주인공을 면밀하게 감시하는 범인과의 심리싸움이나, 범인의 신원이 밝혀지는 순간의 시원함은, 영화 '도망자'나 소설 '골든 슬럼버'를 떠오르게 하더군요. '골든슬럼버'의 탈주극이 개연성이 부족한 인과관계의 한계를 노출한데 비해, 이 책의 인물은 과거의 사연들로 촘촘히 엮여있었으므로 비교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 반전으로 작은 떡밥 하나하나 모두 털고 가는 '장인'의 면모도 마음에 들더군요.

380쪽의 비교적 두툼한 책입니다. 하지만 장소의 빈번한 이동이나, 주인공의 미묘한 심리 변화에 묘사에 서술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남은 페이지에 담긴 사건과 주요 인물의 사연이 대체로 성기게 느껴졌습니다. 밀도 높은 서술의 스릴러를 추구하는 제게는 부족한 듯 느껴졌지만, 한여름에 어울리는 킬링타임용 소설로 부족한 편은 아닙니다.

4. 반면 추격전이 강조된 이야기의 단점을 이 책도 가지고 있습니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이야기의 진행과, 소설의 마지막 몇 페이지에 모든 휘발성을 소모하는 단점이 그것입니다. 반면에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반짝거림은 모자란 편이었습니다. 저는 독자에게 모든 것을 감추었을지언정 숨겨진 방식으로 극한 쾌감을 줄 수 있는 '기기묘묘한' 반전 소설과 주어진 모든 패를 감추고 있다가 갑작스러운 결론을 제시하는 '기만적인' 반전 소설 2종류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 책의 반전은 '독자 기만'에 좀 더 가까운 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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