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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세상에서 ㅣ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2월
평점 :
1. 커클린가문 3부작 중 3편에 해당하는 소설입니다. 2편에 해당하는 '리브바이 나이트: 밤에 살다' 는 커클린 가문의 막내인 조 커클린의 성장기로, 그가 어떻게 암흑가 대부가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이 소설은 리브바이 나이트와 이어지며, 못다 한 조 커클린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소설이었습니다. 어둑어둑한 누아르 분위기 속에서도 무협지 영웅 같은 환한 면모를 뿜어내던 조 커클린은 3편에서는 침침한 느낌을 뿜어내는 인물로 변해갑니다.
2. 이 소설은 충격적인 반전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리브바이 나이트의 마지막에 슬쩍 언급됐던 에필로그 자체를 뒤집는 결론이었는데요, 독자가 소설 속 세계관에 대해 나름 쌓아올렸던 이야기를 통째로 무너뜨리는 충격적인 결론이었습니다. 이토록 잔인한 작가에 대한 증오심도 생겼지만, 타협의 순간이 지나가고 나면, 결국 비운의 영웅을 위한 묵념을 취하게 됩니다. 선행 독자로서 이 소설은 '리브바이 나이트: 밤에 살다'에 이어 두 번째에 읽어야 할 책임을 강조하고 싶네요. 그렇게 읽어야 더 큰 임팩트가 있습니다.
3. 성장, 의리, 조강지처 같은 비교적 보수적인 가치의 승리를 추구했던 전편에 비하여, 이 소설은 마약, 배신, 불륜 같은 순도 높은 악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전편과 다르게 (도덕적 가치에 위배되는) 마약이나 폭력적 사건이 부각되는 건 사회 전체적인 변화와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되더군요. (금주법 시대에서) 새로운 가치로 성공신화를 이룬 조 커클링의 몰락은 단순한 마피아의 이야기보다는, 미국 사회에 대한 풍자로 보는 편이 맞겠네요.
4. 데니스 루헤인은 데니스 루헤인이라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재미있었고, 마지막 반전과 이 글이 품고 있는 가치가 일반 소설 이상이라는 생각도 절로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반드시 리브바이 나이트에 이어 두 번째에 읽어야 할 책입니다) 이제 책장에 쌓여있는 '운명의 날'만 읽으면 커클린 가문 연대기도 끝이군요. 시간이 조금 필요한 일이지만 의미가 있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