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황무지
S. A. 코스비 지음, 윤미선 옮김 / 네버모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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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황무지 (네버모어, 2021년)

#당신의머리속에깊숙한펀치를날릴

저는 이 책을 2022년에 읽었고, 그 해에 읽었던 가장 뛰어난 장르소설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리뷰를 쓰기 전 다시 한 번 발췌독 했는데, 처음 읽을 때 느꼈던 찐득한 감정들이 다시 잘 배어 나왔고 좋은 소설이라는 느낌을 또 한번 받았습니다. 미국에서 2020년 발간되었고, 원제는 'Blacktop Wasteland'입니다. Barry Award for Best Novel (2021), Anthony Award for Best Novel (2021), ITW Thriller Award for Hardcover Novel (2021) , Los Angeles Times Book Prize for Mystery/Thriller (2020)를 포함한 여러 어워드에 지명당하거나 수상하였습니다.


'누와르'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프랑스어로 검다는 뜻으로, 정확히 나누기를 어렵지만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일군의 필름 무리를 뜻합니다. 이 책을 가만히 읽다 보면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질감, 폭력적, 잔임함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으며, 배경은 깜깜할 것 같고, 등장인물의 주위 이곳저곳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죠. 이런 특징이나 색채는 이 책의 이질감들에 통일성을 주고, 고유의 특징이나 즐거움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 소설은 누와르라고 결론 내릴 수 있었습니다. 해외의 유명 서점 사이트에서도 비슷한 성향의 작가인 '돈 윈슬로'나 '데니스 루헤인'과 같은 카테고리로 추천을 하고 있더군요. 일부 기사에서는 직접적으로 누와르 소설이라고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비슷한 결론에 이른 거겠죠.

이 소설의 놀라운 점은 처음 몇 페이지에 넘어서면서 이미 완벽한 매력을 담아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단편소설과 같은 자동차 경주로 시작하는데요. 짧은 분량 안에는 시원한 엔진 소리, 주인공의 손쉬운 승리, 이어지는 배신과 반전, 배신자에 대한 처참한 복수 등이 잘 나타나서, 이미 이 소설의 분위기, 인물, 매력을 독자에게 환하게 보여줍니다. 뒤이어 이어지는 주인공 '보러가드'를 통해 이뤄지는, 가족을 위한 정의, 배신에 대한 복수 같은 단순한 스토리에 독자는 스르륵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 소설은 가독성 높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루할 새 없이 여러 등장인들이 번갈아 가면서 주인공의 뒤통수를 날립니다. 조금 괜찮아 싶은 사람들은 죽음에 이르르거나 범죄에 연루됩니다. 모든 인물이 매력적이지만 또한 너무 빠르게 사라지죠. 이토록 주변 인물을 혹사해서야 두 번째 시리즈는 기대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입니다. 주인공은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고, '쿠엔티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처럼 무차별적으로 폭력과 살인이 발생합니다.

보러가드 ‘버그’ 몽타주, 미국 동부 해안을 무대로 은행 강도나 보석가게 강도 도주차량 운전에서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드라이버인, 그는 과거를 청산하고 고향인 버지니아의 레드힐카운티에서 아내 키아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살며 정비소를 운영하고 현재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동네에 경쟁 대형 정비소가 들어서자 보러가드는 점점 생활고에 시달린다. 월 매출은 월세를 낼 돈에 턱없이 부족하고, 몇 달을 밀린 은행 대출, 십 대 시절에 낳았던 딸의 대학 등록금 문제, 그리고 요양원에서 쫓겨나기 일보 직전에 놓인 어머니까지. 보러가드는 불법 자동차 경주에 나가서라도 돈을 벌려고 하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그런 보러가드에게 예전에 같이 일한 적이 있는 로니와 레지 형제가 찾아와 상당한 금액의 보석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한다. 벼랑 끝에 몰린 보러가드는 다시 한번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마지막 단 한 번이라고 생각하며 보러가드는 보석가게 강도 계획에 참여하기로 한다. 사상자가 생기면서 처음부터 삐꺽거렸던 그들의 범죄행각은 보러가드의 기지와 능력으로 성공하지만, 보석가게 강도 사건은 보러가드에게 큰 시련을 안겨 줄 악몽의 시작이 된다.

검은 황무지 줄거리 (출판사 제공)

제가 읽었던 그 어느 소설보다 차 레이싱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책입니다. 이토록 모래, 흙먼지가 날리는 묘사까지 생생하게 이루어졌던 소설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이 미국에서 데뷔했을 당시 스티븐 킹, 마이클 코넬리, 데니스 루헤인 등 최고의 거장들이 앞다투어 이 책을 추천했는데요, 장점으로 미뤄볼 때, 여러 장르소설 대가들의 칭찬은 진심이라고 생각들더군요.

과격한 액션신, 다이내믹한 구성을 선호하는 독자라면, 또는 피카레스크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읽는 것이 좋겠습니다. 반면 휴먼 코미디를 선호하는 독자거나, 편안한 독서활동을 원하고, 민병대 소설에 알레르기가 있는 독자들이라면 절대 읽지 않는 것이 좋겠죠.

문장 자체가 좋았을 거라고 생각 들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번역은 평균적인 수준입니다. 소설이 주는 즐거움을 방해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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