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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닉 -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마음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2년 6월
평점 :
이 책의 소개
■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이라는 독특한 출신과, 연작소설 '타워(2009)' , 소설집 '안녕 인공존재 (2010)', 장편소설 '신의궤도 (2011)' 에 이르기까지, SF장르를 바탕으로 한 신선한 뒤집기며 투르기, 기존의 문단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자신만의 색으로 한국 문학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배명훈 작가의 소설입니다. 신의 궤도에 이은 두번째 장편소설이고요, 지난 장편이 우주와 역사에 관한 사실을 바탕으로 초월적인 서사를 선보였다면, 이번 소설은 가상의 세계에서 세명의 인물이 중심이 되어 펼처지는 스릴러 소설입니다.
여전히 흡입력있는 장점
■ 그의 소설을 한번이라도 읽어본 독자라면 그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하기 마련입니다. SF마니아라면 척박한 우리나라의 환경에서 이따만한 작가의 출현에 거는 기대, 식상한 문학에 지루해진 독자에게는 새로운 방식의 소설의 출현에 대한 기대, 무라카미나 류 선생님같이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가독성 좋으면서 출중한 메세지를 가진 소설을 기대하게 돼죠.
우주며 시간의 과학적인 사실들을 기반으로 했던 전편의 유니크한 세계관은 등장하지 않지만, 연방과 공화국 냉전중인 두개의 국가를 배경으로 스파이 소설의 구색을 갖춘 이번 소설 또한, 이국적인 배경에 수려한 풍광 묘사 그리고 독특한 세계관의 등장으로 지난 소설 못지 않게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책을 읽는 초반에는 '두개의 나라라는 배경은 현재 남북의 관계를 조망하는 메소드로서 장르소설로서의 한계를 탈피해 전후 한국의 역사관을 집대성하는 소설인가?' 라는 의문도 들게 하고. 거기에 더해 개성있는 문체와 형식을 통한 점진적인 긴장감 고조또한 여전해서, 빼어난 흡입력을 자랑합니다. 저는 이 책의,
초반 몇장을 읽었을때, 책장을 잠시 덮고 제목을 다시한번 천천히 읽어보곤, '굉장한 소설을 만나겠구나.' 라고 생각했더랍니다.
하지만 단점
독자가 배명훈씨의 지난 소설들을 통해서, '기성소설과의 마침표'나 '갈증해소'가 아닌,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었던건 말이죠, 전편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씩 모자란 완성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배명훈작가님은 완성형 작가라기 보다는, '엇!' 하는 감탄사의 뒤에, '다음 소설이라면,,,' 같은 기대를 하게 만드는 유망한 작가군임이 분명하죠. 그리고 초반부의 그 흡입력을 제외하고는 그의 또 다른 초기작이라고 생각되더군요.
장르소설적인 장점은 스타일리쉬한 문장에 묶여 후반부에 이르면 점점 퇴색하게 되고요. 배경을 통해 드러나는가 싶었던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짚어가는 면모는 후반에는 이야기의 주체가 (개인의 행동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인)'디코이'며 (디코이를 통해 찾을수 있었던 봉인된 존제)'악마'와 같이 개인의 자유억압이며, 신화와 같은 문제로 접어들게 되면서 점차 무의미한 구실을 하게 됩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접근으로 인해, 역설적이게도 후반부로 갈수록 퇴색되는 주제들이며, 희미해지는 메시지가 부각되어 버립니다.
결국 압도적인 초반 흡입력만으로는 후반부의 산만함을 끌고가는데 실패하고요. 지난 몇편의 충격적인 소설의 완성도에도 이르지 못하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총평
■ 이 소설이 지난 몇개의 작품에 비해 다소 산만하고, 완성도가 모자라다는데 동의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배명훈 작가님이 자신의 비범함을 잃지 않은건 분명합니다. 솔직히 이 소설 또한 수준이하라고 폄하하기에는 굉장한 수준의 소설이니까요.
심지어 그저 그렇게 여겨지는 소설도 굉장히 수준있는 주체성을 선보이고 있는것이 사실이니까요, 다음 소설이 기대되는 작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