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제국 상호의존성단 시리즈 1
존 스칼지 지음, 유소영 옮김 / 구픽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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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무너지는 제국 (구픽, 2018년)

원 제 The Collapsing Empire (2017년)

#존스칼지

#무너지는제국

#본인의체력으로는감당하지못하는바주카포를들고있는학도병

#무너지는스칼지후속편에서재기할수있을까

존 스칼지의 최근 행보는 실망에 가깝습니다. 데뷔 초반에 반짝거리던 아이디어는 거의 답보상태에 머무르는듯하고 'SNS 마케팅'에서 화제가 될만한 틀(과거 소설을 리메이크, 유명 티브이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에 잠식당한 듯한 소설들은 독보적이기보다는 '적금통장 깨기'에 가까운 소설이 많았습니다. 독창적이고 거대한 상상력, 웅대한 세계관 안에서도 기가 막히게 균형을 이루던 기승전결, 장르소설 교과서라고 일컫을만한 중독성 같은 장점은 홀연히 사라진 것처럼 보인 것도 사실입니다. '노인의 전쟁' 시리즈의 정교한 세계관에 기대어 쓰인 몇 편의 스핀 오프 시리즈를 제외하고 말이죠. 원 히트 원더 (one-hit wonder) 가수처럼 찬란한 재능이 이처럼 사라지는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동시에, 작가의 장점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거대한 시리즈의 시작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습니다. (두둥) 그리고 이 소설은 오리지널 시리즈의 1편에 해당하는 소설입니다.

1권으로 판단하기에는 어려운 소설이더군요. 후속편이 더해지고 세계관에 대한 개념이 차곡차곡 쌓여가면서 작가의 장점이 살아날 여지가 있겠습니다. 하지만 1권으로만 평가하자면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은 소설입니다. 플로우 같은 특정 개념에 너무 높은 비중을 두어서, 인물, 상상력, 가독성 등 시리즈의 재미에 필요한 다양한 요인을 충분히 담아내지도 못한 점이 큰 패착인 것 같습니다.

작가가 이 소설의 조커 패라고 느꼈을 '플로우'나 그와 유사한 개념은 조금만 SF 문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참신한 상상거리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 소설에서 그럴듯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이렇게 소설의 밸런스를 해치면서까지 등장하는 '플로우'개념은 작품에 전체적인 재미를 좁은 테두리에 가두어 놓고 말았습니다.

시작 지점부터 헛발질을 시작한 이 시리즈가 과연 다양한 측면에서 우러나는 장르 소설의 정수를 담아낼 수 있을까요? 기대보다는 우려를 자아내는 상황이네요. 본인의 체력으로는 감당하지 못하는 바주카포를 들고 있는 학도병 같은 느낌의 소설입니다. 작가의 데뷔작이 상상력에 더해 뛰어난 밸런스, 광활한 재미를 담아내는데 단 한 권이면 충분했다는 사실로 비추어 보았을 때 이 시리즈에 대한 기대치는 낮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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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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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살림, 2019년)

원 제 Where the Crawdads Sing (2018년)





저는 이런 유의 소설이 더 이상 새로운 부류의 소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과 유사한 일련의 소설들은 대략 다음과 같은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있고 그(혹은 그녀)는 자연이나 순수함 혹은 시대상을 대변합니다. 주인공에게는 크고 작은 시련이 지속되는데, 일련의 일들은 대체로 시대의 흐름과 괘를 같이 합니다. 주인공은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시련을 극복하게 됩니다. 반복되는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점차 성장하게 됩니다. 비슷한 류의 다른 책으로 '펄 벅'의 '대지', '할레드 호세이니'의 '천개의 찬란한 태양'이나, 영화로 비교하자면 '포레스트 검프'가 있겠네요.

위 세 가지 예 중 한개라도 접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책은 더 이상 새로운 않지만 그냥 좋은 책입니다. 명작의 품격을 지닌 소설로 비교적 부족한 점도 있겠지만 당대의 대표 소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의 압도적인 장점은 인물입니다. 장르소설의 창작법에 대한 책인 '미스터리를 쓰는 방법'에서는 '인물'이 가지는 중요성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인물 묘사는 엄청나게 힘든 작업이지만, 그만큼 커다란 보상이 따른다.(중략) 그렇다면 이제 막 창작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초보 작가라면 어떻게 서스펜스를 만들어야 하는가? 첫째, 가장 중요한 지침은 독자들이 관심과 애정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건 너무 뻔한 말이라서 작가들이 잊고 산다. 독자들이 애정과 관심을 가진다는 말은 그들이 등장인물에 흥미를 느낀다는 말이다. 플롯만으로는 이렇게 만들 수 없다.

매일 사람들이 태어나고, 사랑에 빠지면, 병에 걸려 죽는다. 그러나 여러분은 그들을 모르기 때문에 그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사건들이 일어난다면, 그땐 모든 것들이 드라마의 소재가 된다.

미스터리를 쓰는 방법 중

작가인 '델리아 오언스'가 등장인물의 묘사에 공을 들였는지, 아니면 쓱쓱 써젖힌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극의 초반을 형성하는 '어린 소녀의 늪지 성장'이었고, 뒷부분의 시련들이 진심으로 가슴 아프게 느껴진 것도 그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녀의 성장을 지켜보게 되고, 응원하게 되면서 결국 소설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합류하게 되더군요.

소설 전체에서 작가의 연륜이나 상식이 묻어나고, 소소한 지적 유희가 충만하게 느껴지는 소설입니다. 늪을 정말로 가까이서 관찰하며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쓸 수 없는 문장을 읽으며 자연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환기 시키기도 하고요. 자연에 빗대어 인간의 오만이나 탐욕을 적시하는 문장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기도 했습니다. 생생한 동식물에 대한 묘사에서는 전문성이 느껴졌습니다. (동물학 박사인 작가의 태생으로 말미암아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소설과 자연과학과의 접목에 있어서 그동안 등장했던 그 어떤 소설보다 우위에 있는 소설입니다.

물론 작가의 첫 번째 책이어서 일까요, 균형 잡히지 못한 부분 또한 도드라졌는데 잦은 법정 장면이나 마지막 반전은 사족처럼 느껴지더군요. 오히려 주인공이 살인사건에 연루되기는 순간을 숨기며 진행하다 보니 주인공의 감정을 100% 들여다볼 수 없었던 것에 대한 작은 반발감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소설의 진정한 장점은 반전의 묘미가 아닌 성장에 있으니까 소설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여전히 손색이 없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소설의 감동은 독자의 성장에 비례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작가가 특별히 어떤 감정을 녹아낸 것도 아닌데, 작가가 그린 그림을 순서대로 상상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아파지는 경험을 하게 되더군요. 이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진행 중인 '올해의 책'에 투표했는데, 올해 발간된 책 중 읽은 책이 별로 없었다는 것도 감안해야겠지만 올해를 통틀어 가장 좋은 책인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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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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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푸른숲, 2016년)

원 제 The Kind Worth Killing (2015년)


사랑하는 여인의 악행으로 수렁으로 빠지는 남자의 복수에 관한 소설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남자의 복수를 돕는 여자 주인공은 악인이라면 가차 없이 살해하는 '자경단 형 살인마' 캐릭터로 결국 이야기는 '나쁜 부인'과 '나쁜 친구'의 대결로 흘러가게 됩니다.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덱스터' 같이, 최악의 범죄자를 차악의 범죄자가 처단한다는 이런 이야기는 상상할 수 없는 일로 독자를 몰고 가는 일은 없습니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천천히 심장을 조여지는 느낌은 받았지만, 갑작스럽게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흥미진진한 순간은 부족했습니다. 대체로 예상 가능한 쪽으로 이야기를 몰고 가더군요.

살인자를 응징하는 살인자의 이야기는 제법 보편적인 주제가 되었지만, 읽는 사람의 도덕을 배신하는 구성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최근 발생한 장대호 사건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로 말할 것 같으면 흉악범도 싫고 양아치도 싫은데, 흉악범이 양아치를 죽였다고 흉악범을 응원해야 하는걸까요?특히나 이 소설 경우 '간통하는 아내에 대한 복수를 계획하던 중, 알고 보니 아내가 흉악범이었다.'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데요. 배우자의 해이한 성 의식을 문제 삼아 살인 공모를 하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문제뿐만 아니라, 스릴러를 읽을 시 악에 대한 응징에서 우러나오는 쾌감을 중시하는 독자로서 결론에서 만족스러운 쾌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마치 오염된 피가 묻은 칼로 이루어지는 수술이라고 할 수 있고요, 저로 말할 것 같으면 현란한 수술 기술에 현혹되기보다는 더러운 칼자루에 눈살이 찌푸려 질뿐인 독자입니다. 비슷한 류의 장르 소설 중 딱히 우위를 보이는 소설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빡빡한 밀도를 가진 대서사시도 아니므로 페이지 터너, 킬링 타임용 스릴러로 읽기에는 좋습니다.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면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 '나를 찾아줘.' 같은 책도 읽어보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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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의 태동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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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의 태동 (현대문학, 2019년) ‘라플라스’ 시리즈

원 제 魔力の胎動 (2018년)



최근 몇 년간은 일본발 피카레스크 구성의 소설을 읽을 일이 좀처럼 없었는데, 한 달에 소화 가능한 소설의 권수가 늘어나면서 취향과 거리가 있는 이런 책도 종종 접하게 됩니다. 대저 이런 유의 소설은 개인적인 기호에서 밀리니까요. 별점이든 평가든 어디에서건 박하게 평가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공평하게 평가하자면 비슷한 류의 다른 소설과 비교 후, 판단하는 게 맞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같은 작가의 '갈릴레오' 시리즈, 나츠카와 소스케의 '신의 카르테' 시리즈,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시리즈 등등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유사한 형식의 소설은 다양한 편입니다. 저 또한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언급이 안된 평균 이하의 시리즈 또한 포함해서) 다른 유사 형식의 소설들과 비교 평가에서도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웠습니다.

솔직히 이 소설은 처음부터 시리즈를 염두에 두었다가보다는 낱권의 인기가 시작되고 구상이 이루어진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016년에 발간된 '라플라스의 마녀'의 전편에 해당하는 이 소설은 라플라스의 마녀의 세계관을 좀 더 크게 확장시킨 프리퀄에 해당하는 소설입니다. 하지만 아름답고 치밀한 방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는 큰 대들보라는 느낌보다 이곳저곳 구멍이 숭숭 뚫린 텐트의 앙상한 뼈대를 보는 느낌입니다. 지나치게 성기고 듬성듬성 이루어지는 이야기의 흐름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미스터리한 사연을 가진 조연들의 이야기 하나하나의 완성도 또한 평균 이하였습니다. 아름답고 미스터리한 소녀와 침착한 성격의 침술사의 조합은 참신하다기보다는 이색적이고 어색한 조합처럼 느껴졌습니다. 결론적으로 모든 면에서 조금 조금씩 기대에 미치지 못한 소설이었습니다.

만약 누군가 2019년의 목표를 '한 달에 책 다섯 권 읽기'로 삼았는데, 12월에서 이틀을 남겨 놓고 4권의 책만을 읽었다면 꺼내 읽기 좋은 책입니다. 쉽게 접할 수 있고, 별생각 없이 읽을 수 있고, 빠르게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재미있게 읽은 후 아무것도 적어놓지 않으면 몇 년이 지난 후 읽었는지 아니었는지조차 헷갈리고 마는 그런 유의 소설 이긴 합니다. 실망하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참 부지런한 작가로 나쁜 소설만큼 좋은 소설도 많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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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페리온
댄 시먼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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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페리온 (열린책들, 2009년)

원 제 Hyperion (1989년)


어느덧 먼 과거 같은 일입니다. 도서 정가제 개정 전 파격 할인 행사를 진행했던 온라인 서점에서 마지막으로 주섬주섬 주워 담았던 책 중에 한 권입니다. 그동안 책을 선뜻 꺼내 들지 못했던 이유는 나무 인간이 외로이 서있는 책의 표지가 와닿지 않았고, (SF 소설의 표지가 매번 진지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이 책의 표지에는 여전히 비판적입니다.) 첫 몇 장을 넘길라 치면 대단히 지루한 느낌이 들어서입니다.

제 책장에 깊은 곳에서 숨바꼭질을 하던 여러 책들에 대한 도전을 시작한 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첫 몇 장에서 추측할 수 없는 이야기로 진행된다든지, 너무 많은 고유 대명사가 대규모로 등장하면서 '예상 가능한 나쁜 소설'이라고 단정할뻔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100쪽을 차분히 넘기고 나서는 엄청난 기세로 책을 읽어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종종 버스나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었는데, 한두 정거장 정도는 지나치고 책을 더 읽는 편을 선택하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는 드라마, SF, 서부극, 공포까지 각종 장르에 걸쳐있으며, 모든 장르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추측할 수 없는 시대를 사는 여러 인물의 관점에서의 삶을 나열하는데, 때로는 우리와 맛 닿아 있기도 하고, 때로는 새로운 삶을 보여주기도 하더군요. 개인적으로 학자이자 아버지인 '솔 바인트라우브'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슬픔에는 너무나 감정이입이 돼서 그 부분의 책을 도려내어 단편으로 소장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나머지 이야기의 서사도 뛰어납니다. 각 이야기의 결론은 대체로 화자 각자가 슈라의 크를 만나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데, 이야기 간에 접점이 떨어지는 단점을 포함해도 지나치게 뛰어난 소설입니다.

이 책은 4할 타율에 도전 중인 야구선수가 심지어 홈런까지 30개씩 때려주는 느낌의 소설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자마자 이 책의 후속편을 구입했으며, 후속편을 읽을 때는 절대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을 생각입니다. 최근에 접했던 여러 SF 통틀어 가장 수작입니다. 다만 분량의 압박이나 가독성으로 진행하기까지 상당한 시작이 걸리니 시간과 참을성이 충분한 독자일수록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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