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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평점 :
죽여 마땅한 사람들 (푸른숲, 2016년)
원 제 The Kind Worth Killing (2015년)
사랑하는 여인의 악행으로 수렁으로 빠지는 남자의 복수에 관한 소설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남자의 복수를 돕는 여자 주인공은 악인이라면 가차 없이 살해하는 '자경단 형 살인마' 캐릭터로 결국 이야기는 '나쁜 부인'과 '나쁜 친구'의 대결로 흘러가게 됩니다.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덱스터' 같이, 최악의 범죄자를 차악의 범죄자가 처단한다는 이런 이야기는 상상할 수 없는 일로 독자를 몰고 가는 일은 없습니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천천히 심장을 조여지는 느낌은 받았지만, 갑작스럽게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흥미진진한 순간은 부족했습니다. 대체로 예상 가능한 쪽으로 이야기를 몰고 가더군요.
살인자를 응징하는 살인자의 이야기는 제법 보편적인 주제가 되었지만, 읽는 사람의 도덕을 배신하는 구성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최근 발생한 장대호 사건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로 말할 것 같으면 흉악범도 싫고 양아치도 싫은데, 흉악범이 양아치를 죽였다고 흉악범을 응원해야 하는걸까요?특히나 이 소설 경우 '간통하는 아내에 대한 복수를 계획하던 중, 알고 보니 아내가 흉악범이었다.'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데요. 배우자의 해이한 성 의식을 문제 삼아 살인 공모를 하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문제뿐만 아니라, 스릴러를 읽을 시 악에 대한 응징에서 우러나오는 쾌감을 중시하는 독자로서 결론에서 만족스러운 쾌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마치 오염된 피가 묻은 칼로 이루어지는 수술이라고 할 수 있고요, 저로 말할 것 같으면 현란한 수술 기술에 현혹되기보다는 더러운 칼자루에 눈살이 찌푸려 질뿐인 독자입니다. 비슷한 류의 장르 소설 중 딱히 우위를 보이는 소설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빡빡한 밀도를 가진 대서사시도 아니므로 페이지 터너, 킬링 타임용 스릴러로 읽기에는 좋습니다.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면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 '나를 찾아줘.' 같은 책도 읽어보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