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밭 엽기전
백민석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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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백민석의 소설을 읽기는 이번이 두번째다. 특이한 소재와 구성을 선택한 짧은 단편 한 개를 읽어본 후 이 책을 집어들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독일의 현대 작가 파트라 쥐스킨트의 <향수>를 떠올렸다. 연쇄살인이라는 코드, 그것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모습. 백민석의 이 소설은 한국인이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만큼의 특이한 상상력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으론 TV에서 아침 저녁으로 담담하게 내보내고 있는 각종 엽기적인 사건이 자극이 될 수 있고,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독특하고 묘한 분위기도 소재가 될 수 있었겠으나, 그런 소재에서 이런 기묘한 소설을 만들어내는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재주이다.

나는 작가의 머리 속이 어떤 상상들로 채워졌는지 궁금하다. 윤리의식이 결여되어 인간과 동물 사이를 오가는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오늘날 현대인들 속에 내재된 극도의 잔인함과 폭력성을 읽을 수도 있고, 과연 윤리란 어떤 것인지, 그들과 나는 얼마나 다른지도 생각할 수 있다.

다소 무겁고 결국은 교훈적인 얘기에 그치고 마는 수많은 한국 소설들 중에 특이한 냄새를 풍기며 매력적으로 다가온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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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귐의 기도
김영봉 지음 / IVP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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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가 가장 놀랐던 점은 이 책의 저자가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것이다. 대개 신앙관련 서적이 번역서가 많거니와, 특히 성경강해서 등을 제외하면, 이처럼 기도를 주제로 한 책에 대해 이 정도의 글을 쓸 수 있는 필자로는 헨리 나우엔 등의 몇몇 외국저자들뿐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읽기도 쉬울 뿐 아니라, 그동안 나 혼자 이게 아닌데, 정말 영성 있는 삶은 이런 것이 아닌데, 뭐가 문제일까 늘 자책감과 의문에 싸여있던 여러 문제에 대해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가 기도에 대해 쉽게 오해하는 것은 급할 때 떼쓰듯 지속적으로 하나님을 협박하고 요구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도는 동어반복이 되고, 의무가 되며, 끝끝내 투쟁해서 자신의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욕망의 투영이 된다.

그러나 기도는 하나님과 사귀는 것이며, 그래서 설레고 기쁘며, 기다려지는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권한 침묵기도와 자연 속에서의 기도, 조용히 주 앞에 나아가는 것들에 대해 개신교가 가지고 있는 편견을 깨준 것이 가장 기쁘다. 우리가 잃어버렸던 영성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 주 앞에 겸손히 나아가는 자세를 회복할 때가 되었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저자가 권한 방법들을 조금씩 실천해볼 생각이다. 그래서 좀처럼 변하지 않는 나의 인격이 하나님을 닮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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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봤다 - 작가정신 소설향 8 작가정신 소설향 23
성석제 지음 / 작가정신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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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위트, 풍자와 해학을 넘나드는 성석제의 글들은 사실 요즘 소설 같지는 않다. 나는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항상 연암 박지원의 소설들을 떠올린다. <허생전>이나 <호질>처럼 풍자할 대상을 마음껏 조롱하는 그의 글의 특징이 이 소설에 잘 나타나있다. 이 소설의 아쉬운 점은 너무 짧다는 것이다. 서사가 좀더 강화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이 짧은 말장난도 그이기에 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는 물고 등장한다. 우리 주위에도 가만 보면 누구의 무엇되는 관계로 얽혀있는 이들이 얼마나 많으며, 그들의 사연 또한 얼마나 기구한가? 성석제 말마따나 모두 다 소설 같은 사연을 안고 산다. 다음번에는 좀더 긴, 성석제의 장편 소설을 읽어볼 생각이다. 그와중에도 그의 유머가 식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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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림
성석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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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편의 성석제의 단편들을 읽고 그의 책을 부랴부랴 찾아읽었다. 우리나라 작가들의 어둡고 침침한, 지나치게 진지해서 숨이 막히는 소설들과는 달리 성석제의 소설은 가볍지 않은 농담과 해학이 넘친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너무 깊게, 진지하게 다루려하지 않는 것이 그의 매력이다.

이 소설에는 유난히 노름, 술 얘기가 많이 나온다. 사회적으로 보면 정상적이라거나 모범적인 삶을 산다고 할 수 없는 이들의 얘기인데, 그 모습에 공감도 되고 웃음도 난다. 형과 자신의 삶이 얼마나 다른지를 은근히 풍자한 <붐빔과 텅 빔>이라는 글이 인상에 남는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얘기라고 생각되는 <소설 쓰는 인간>도.

그의 얘기들은 어렵지가 않아서 좋다. 그러면서도 가법지도 않다.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암울한 현실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농담을 건낼 줄 아는 유일한 작가로 나는 성석제를 꼽겠다. 그의 글을 계속 찾아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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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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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통의 작품을 부러 찾아 읽었다. 그녀만의 독특한 재기발랄함과 신선한 소재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이 작품은 조용한 나날을 보내온 지나치게 행복한 어느 노부부의 삶에 어느날 갑자기 침입해온 이웃사람의 무례한 행동을 참아내는 과정에서 생기는 내면의 변화를 그리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노통은 이렇게 다소 엉뚱하다고 생각되는 얘기에 황당한 에피스드들을 엿붙여 소설을 만든다. 그러나 그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진지하다. 노통은 아마도 타인과 의사소통하는 법과 그 사이에 자기도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알게된다는 사실에 항상 주목하는 듯 하다. 특히나 자신에게 함부로 대하고, 무례한 이들을 등장시켜 그들에게 분노하는 나와 예의를 다하기 위해 그들을 참아내는 나의 갈등을 드러낸다. 그리고 점차 상대방을 이해하면서 비로소 나 자신의 모습도 수용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준다.

오후 네시만 되면 찾아오는 침입자. 우리 삶에도 이런 무례한 사람들을 항상 만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를 어떻게 대하면 될까? 나를 분노케하는 사람들에 대해 여러가지로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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