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봤다 - 작가정신 소설향 8 작가정신 소설향 23
성석제 지음 / 작가정신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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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재미와 위트, 풍자와 해학을 넘나드는 성석제의 글들은 사실 요즘 소설 같지는 않다. 나는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항상 연암 박지원의 소설들을 떠올린다. <허생전>이나 <호질>처럼 풍자할 대상을 마음껏 조롱하는 그의 글의 특징이 이 소설에 잘 나타나있다. 이 소설의 아쉬운 점은 너무 짧다는 것이다. 서사가 좀더 강화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이 짧은 말장난도 그이기에 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는 물고 등장한다. 우리 주위에도 가만 보면 누구의 무엇되는 관계로 얽혀있는 이들이 얼마나 많으며, 그들의 사연 또한 얼마나 기구한가? 성석제 말마따나 모두 다 소설 같은 사연을 안고 산다. 다음번에는 좀더 긴, 성석제의 장편 소설을 읽어볼 생각이다. 그와중에도 그의 유머가 식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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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림
성석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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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몇 편의 성석제의 단편들을 읽고 그의 책을 부랴부랴 찾아읽었다. 우리나라 작가들의 어둡고 침침한, 지나치게 진지해서 숨이 막히는 소설들과는 달리 성석제의 소설은 가볍지 않은 농담과 해학이 넘친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너무 깊게, 진지하게 다루려하지 않는 것이 그의 매력이다.

이 소설에는 유난히 노름, 술 얘기가 많이 나온다. 사회적으로 보면 정상적이라거나 모범적인 삶을 산다고 할 수 없는 이들의 얘기인데, 그 모습에 공감도 되고 웃음도 난다. 형과 자신의 삶이 얼마나 다른지를 은근히 풍자한 <붐빔과 텅 빔>이라는 글이 인상에 남는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얘기라고 생각되는 <소설 쓰는 인간>도.

그의 얘기들은 어렵지가 않아서 좋다. 그러면서도 가법지도 않다.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암울한 현실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농담을 건낼 줄 아는 유일한 작가로 나는 성석제를 꼽겠다. 그의 글을 계속 찾아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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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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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통의 작품을 부러 찾아 읽었다. 그녀만의 독특한 재기발랄함과 신선한 소재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이 작품은 조용한 나날을 보내온 지나치게 행복한 어느 노부부의 삶에 어느날 갑자기 침입해온 이웃사람의 무례한 행동을 참아내는 과정에서 생기는 내면의 변화를 그리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노통은 이렇게 다소 엉뚱하다고 생각되는 얘기에 황당한 에피스드들을 엿붙여 소설을 만든다. 그러나 그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진지하다. 노통은 아마도 타인과 의사소통하는 법과 그 사이에 자기도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알게된다는 사실에 항상 주목하는 듯 하다. 특히나 자신에게 함부로 대하고, 무례한 이들을 등장시켜 그들에게 분노하는 나와 예의를 다하기 위해 그들을 참아내는 나의 갈등을 드러낸다. 그리고 점차 상대방을 이해하면서 비로소 나 자신의 모습도 수용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준다.

오후 네시만 되면 찾아오는 침입자. 우리 삶에도 이런 무례한 사람들을 항상 만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를 어떻게 대하면 될까? 나를 분노케하는 사람들에 대해 여러가지로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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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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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떨림>이라는 아멜리 노통의 소설을 너무너무 재미있게, 단숨에 읽어치운 후 이 책을 집어들었다.

우선은 <두려움과 떨림>이 주었던 신선한 충격은 받지 못했다. 그것은 아마 이런 소재에 대해 내가 별로 끌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난데 없는, 약간 당황스러운 만남, 연극 대본을 연상시킬 정도로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 그러나 결국 그들의 만남은 어느덧 필연이 되고, 한 남자가 자신의 내면과 대화한 꼴이 된다.

다소간 억지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적지 않으나, 이 소설 역시 노통다운 발찍한 생각을 많이 엿볼 수 있어서 이런 저런 화두들에 생각해보는데 도움이 되었다. 결국 나 자신의 적은 바로 나라는 것. 가장 악한 면을 다른 사람들이 잘 보지 못하도록 숨기고 살 수는 있어도, 자기 자신만은 속일 수 없다는 것. 이 소설의 묘미는 이런 단순해보이는 주제를 부각시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역동적으로 그려냈다는 데 가치가 있다. 노통이 오히려 한가지 주제가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얘기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도 매력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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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 - 인생의 목적을 발견하고 성취하는 길, 개정판
오스 기니스 지음, 홍병룡 옮김 / IVP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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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P에서 나온 이 책은 지극히 IVF다운 책이다. 신앙과 현실의 문제를 주 이슈로 하는 IVP의 다른 책들처럼, 이 책도 실제적인 문제에 대한 어떤 한 답을 기대하고 있다. 저자에 대한 소개가 책 어디에도 제대로 나와 있지 않은 점이 가장 아쉽다. 그가 평신도 사역자인지, 전임 사역자인지도 불명확하다. 책의 내용으로 보아서는 평신도 사역자인 것 같은데...

이 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쉽게 얘기하기도 하는 부르심(calling)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래서 기독교사를 통해 왜곡되어온 소명의 본질을 찾고, 각자의 삶에 적용할 것을 조언한다. 전반적으로 저자의 박학한 지식과 다양한 예화로 흡입력 있게 글을 진행시켜 나갔다. 꼭 한가지 주제에만 국한되었다기 보다는 한번뿐인 삶을 보다 의미있게 살고 싶어하는 수많은 추구자들에게 다소간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아쉬웠던 것은 내게 적용할 만한 것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학생 때 이 책을 읽으면 아주 좋을 것 같다. 그때는 구체적인 삶의 현장을 찾기 전이고, 보다 포괄적으로 소명에 대해 생각해볼 때이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진로와 직업의 의미를 확인해보려는 시도는 어쩌면 어리석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엔 삶은 너무 다양하고, 저자가 그 다양한 삶 하나하나의 적용점을 찾아줄 수는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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