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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두려움과 떨림>이라는 아멜리 노통의 소설을 너무너무 재미있게, 단숨에 읽어치운 후 이 책을 집어들었다.
우선은 <두려움과 떨림>이 주었던 신선한 충격은 받지 못했다. 그것은 아마 이런 소재에 대해 내가 별로 끌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난데 없는, 약간 당황스러운 만남, 연극 대본을 연상시킬 정도로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 그러나 결국 그들의 만남은 어느덧 필연이 되고, 한 남자가 자신의 내면과 대화한 꼴이 된다.
다소간 억지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적지 않으나, 이 소설 역시 노통다운 발찍한 생각을 많이 엿볼 수 있어서 이런 저런 화두들에 생각해보는데 도움이 되었다. 결국 나 자신의 적은 바로 나라는 것. 가장 악한 면을 다른 사람들이 잘 보지 못하도록 숨기고 살 수는 있어도, 자기 자신만은 속일 수 없다는 것. 이 소설의 묘미는 이런 단순해보이는 주제를 부각시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역동적으로 그려냈다는 데 가치가 있다. 노통이 오히려 한가지 주제가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얘기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도 매력으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