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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건
엘리에트 아베카시스 지음, 이세진 옮김 / 예담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열심히 일하며 사랑하며 삶을 충만히 즐기며 살던 30대 초반의 한 프랑스 철학도가
박사논문을 쓰던 중에 임신과 출산, 육아의 과정을 겪으면서 느끼는 감정의 변화를
매우 유머러스하고 솔직하게 써낸 소설.
아기를 남자에게 남겨두고 떠나는 결론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기도 했지만,
프랑스라는, 우리나라와는 좀 다른 좀더 자유분방하고 개인주의적이며
결혼보다는 동거가 더 많은 그들의 사회적 배경을 고려할 때, 어느정도 이해는 되었다.
전체적으로는 매우 재미있고 공감이 많이 되었다.
아기를 낳고 키우면서 육아휴직 중에 읽은 책이라 그런지 소재 자체도 매우 흥미로웠고,
이런 생각을 나만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도 되고 위로도 받았다.
내가 아는 한 임신, 출산, 육아에 관련해서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 중에 이 책처럼 솔직발랄한 것은 없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임신, 출산, 육아는 정보 위주의 실용서의 소재는 될지언정,
재밌거나 공감가는 소설의 소재는 아닌 것 같고,
그것에 대해 이 책처럼 노골적이고 적나라하게 얘기하면 안될 것 같은 무언의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임신은 무조건 성스럽고 아름다우며 고귀하다고 '느끼고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그렇지만, 실제로 임신을 해보면 이 책에서 얘기한대로 몸은 내 것이 아닌 듯 낯설고 한없이 무거우며
코는 개코가 되고 속은 너무나 매스껍다.
새로운 몸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아기를 기르는 일은 흥미진진하고 그 무엇보다 가치롭고 비할 수 없는 기쁨이 크지만,
다른 한편으론 무척 고단하고 피곤한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임신, 출산, 육아의 바로 그런 부분, 누구도 말하지 않았고,
왠지 이런 식으로 말하면 안될 것 같은 금기를 뛰어넘어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얘기한다.
모성애가 매우 강하고 항상 자녀에게 헌신적인, 나와 다른 류의 엄마들은 안 읽는 게 좋을 듯 하다.
앞으로 결혼하여(혹은 현재 결혼한 상태에게) 아이를 낳을 생각을 있는 모든 남녀에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