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언니, 여성을 말하다
양혜원 지음 / 포이에마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남편이 정기구독하는 <복음과 상황>을 읽고는 나랑 매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며 한번 읽어보라고 권한 칼럼이 양혜원 사모의 대야미 단상이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나뿐이 아니었구나,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어 안심하게 했다는 점에서 나름 위로를 받았다.
결혼을 하면서 나는 교회에서 뒤로 밀려났다고 느꼈다. 심하게 말하면 남편에게 딸린 부속품이랄까 그런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게 뭐 우리 교회가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보수적인 교회의 구조 자체가 나를 힘들게 한 것이겠지.
부부성경공부를 한 지 12년째. 나의 고민이 시작된지도 그정도 되었다. 청년부에선 여자들도 리더를 하지만, 부부성경공부 리더는 모두 한 가정의 가장이자 남편들인 남자들이며, 봉사부장을 제외한 모든 부서장들도 모두 기혼남성들이다. 그렇게 여집사들이 많아도 주일 대예배 대표기도는 여자들이 할 수 없다. 오직 남집사들만 순번을 돌려 한다. 여자들은 덜 중요한(?) 주중예배 때만 기도할 수 있다. 여자들은 교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 여집사들은 새벽기도 열심히 하는 권사는 혹시 될 수도 있겠지만, 장로회의 장로가 될 수는 없고, 당회에 들어갈 수 있는 여자는 한 명도 없으니까.
여자들에게 교회일이란 곧 부엌일을 의미하며, 부엌 안까지 남자들이 들어갈 일은 예전에는 당연히 없었겠고, 지금도 당연히 없다.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우울하게 전망해본다.
부엌일 외에 여자들에게 허락되는 일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주일학교 교사이다. 대다수 교사들이 여자들이긴 하지만, 영유아부 외에는 주일학교조차도 부장집사는 또 남자다. 도대체 왜 그래야 하지? 교인들의 반 이상이 여신도들인데?
교회를 뺀 나머지 세상에서는 투쟁을 통해서든, 시대흐름이든 남녀불평등 문제가 완전히까지는 아니라도 평등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교회만 여전히 전근대적 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요새 나는 교회에 있으면 어색하고 불편하다. 교회가 달라질 것 같진 않고, 나의 고민도 끝날 것 같지 않다. 평신도인 나도 교회의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 괴롭고 머리가 아픈데, 하물며 사모인 저자는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힌다.
저자가 딱히 답을 준 건 아니다. 그저 나처럼 이런 저런 질문들을 던진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뭔가 달라질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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