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식사의 즐거움
하성란 지음 / 현대문학북스 / 199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여전히 한국의 아버지들은 가부장적이다. 부인은 남편의 눈치를 보며 어떻게 하면 그 손찌검을 피해볼까만 염려하느라 항상 조마조마하며 산다. 항상 불똥은 아이에게 튄다. 제 밥값도 못 하는 녀석은 손맛을 봐야 한다. 말이 아니라 힘으로, 대화가 아니라 폭력으로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는 이런 방식은 사람을 질식시킨다. 이 소설의 아버지가 딱 그 타입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친부모는 따로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느날 꿈 속에서 본 장소로 찾아가 자신의 친부모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몰래 훔쳐본다. 자신은 병원에서 바뀐 게 틀림 없다.부정하고 싶은 부모 자식 관계, 도무지 가족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고통스런 관계에 대해 주인공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거부한다. 관계의 틀어짐, 자살을 불사하는 의사 표현 등이 너무 쉽게, 너무 냉정하게 그려진다. 작가는 그것이 우리 시대의 현실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그것이 슬프지만, 사실이기에 이 소설은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