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이야기꾼이며, 채만식 이후 한국적 판소리 사설의 계보를 잇는 걸출한 사투리와 골계미, 해학미를 선사하는 유일무이한 작가 성석제의 근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역시 성석제건 하는 생각을 거듭하게 했다.그의 소설들은 나를 실망시킨 적이 별로 없다. 소설도 너무 많아서 다 거기서 거기 같고, 작가들은 감정의 과잉 상태에 빠져있으며 나르시시즘과 자학적 냉소의 극단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으로 소설 읽기의 재미를 잃어가고 있을 때, 성석제의 소설들은 잃어버린 옛날 옛적 이야기들을 바로 오늘 우리들의 이야기로 읽게 만들면서 전혀 구태의연하지 않은 놀라운 경지를 보여주었다. 나는 그의 소설을 통해 소설 읽는 즐거움을 되찾았다. 그의 소설은 중간에 멈추기 어렵고, 대충 넘어가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나는 그가 유머감각이 있어서 좋다. 지나치게 냉소적이거나 자조적이거나 감정적이었다면 이런 소설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시선은 따뜻하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작가의 태도이며,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성석제의 다음 소설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