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란서 안경원
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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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의 소설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꿈꾸듯 읇조리는 어투로 나직나직 일상의 삶을 얘기하지만, 그들의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 딸로서의 책임을 다하려는 주인공의 가라앉은 삶,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증오가 곳곳에 묻어나는 이야기, 어느날 삶으로 침입해온 한통의 전화, 얼굴도 모르는 이와의 통화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 주인공, 사랑이 떠나간 후 홀로 남겨진 여자의 고통, 평생 한 편의 소설도 쓰지 못하고 소설가가 된 친구를 질투하며 자살하고 만 사람 등 하나 같이 가련하고 불쌍한 인생들이다.

소설 속 얘기들이 내 삶에 반복된다면 미쳐버릴 것 같은 상황, 그 어둡고 우울한 공간으로 작가는 우리를 초대한다. 한번도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남들처럼 그럴듯하게 살지 못하는 인생들을 통해 우리는 자기 인생의 평온함에 우선 안심하고, 그들의 인생을 불쌍히 여기며 만족해한다. 작가는 그런 대리만족을 주려고 한 것일까?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죽음의 그림자가 작품을 무겁게 한다. 죽음이 가까이 느껴지는 소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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