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밭으로 오세요
공선옥 지음 / 여성신문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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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처럼 어미의 마음을 가슴 아프게 드러내는 작가는 없다. '어머니의 사랑'이라던가, '엄마의 마음'이라던가 하는 좀더 다듬어진 정서가 아니라, 헤어나오기 힘든 가난 속에 죽을 힘을 다해 자식들을 키워가는 '어미의 마음'. 거의 본능에 가까운 이 치열함에 우선 기가 질리고, 마음에 거칠게 생채기를 낸다.

그녀의 본능적 모성애 앞에서, 소위 배운자들의 가식은 위선으로 드러난다. 강필순의 두번째 남편이 되는 의사 심이섭은 가난한 자에 대해 드물게 사랑을 베풀던 결혼 전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게 결혼 후 차가운 사람으로 변해간다. 그 변화가 좀 낯설다. 그러나 심이섭을 중심으로 한 배운자, 가진자들의 세계는 얼마나 자아도취적이고 자기만족적인지, 강필순의 말대로 스스로가난하기로 결심한 자들의 모임 같은 것은 한번도 절대 가난 속에 살아본 적 없는 이들이나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어느 쪽에 있는가? 이 소설의 주인공 강필순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인간적이다. 가족 이기주의에 깊이 빠져 자기와 친밀한 어떤 집단 속에서만 안정과 기쁨을 추구하는 오늘날 우리에게 공선옥은 아픈 진실을 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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