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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밭 엽기전
백민석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백민석의 소설을 읽기는 이번이 두번째다. 특이한 소재와 구성을 선택한 짧은 단편 한 개를 읽어본 후 이 책을 집어들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독일의 현대 작가 파트라 쥐스킨트의 <향수>를 떠올렸다. 연쇄살인이라는 코드, 그것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모습. 백민석의 이 소설은 한국인이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만큼의 특이한 상상력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으론 TV에서 아침 저녁으로 담담하게 내보내고 있는 각종 엽기적인 사건이 자극이 될 수 있고,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독특하고 묘한 분위기도 소재가 될 수 있었겠으나, 그런 소재에서 이런 기묘한 소설을 만들어내는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재주이다.
나는 작가의 머리 속이 어떤 상상들로 채워졌는지 궁금하다. 윤리의식이 결여되어 인간과 동물 사이를 오가는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오늘날 현대인들 속에 내재된 극도의 잔인함과 폭력성을 읽을 수도 있고, 과연 윤리란 어떤 것인지, 그들과 나는 얼마나 다른지도 생각할 수 있다.
다소 무겁고 결국은 교훈적인 얘기에 그치고 마는 수많은 한국 소설들 중에 특이한 냄새를 풍기며 매력적으로 다가온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