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은사의 퇴임식에서 들었던 한마디가 문득 떠오른다. 정현종 선생의 퇴임사는 시인의 마지막 인사답게 담박하고 여운이 있었다. 선생은 십여분 정도 말씀을 이어가다가 갑자기 "자, 그만 합시다. 실은 세상의 모든 말은 하다가 마는 겁니다"라고 끝을 맺으셨다. 그 말에 깃들어 있는 침묵의 기운이 오히려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하다 만 말, 피우다 만 꽃, 타오르다 만 사랑, 듣다가 만 음악…… 세상의 아름다움은 그 채워지지 못한 존재들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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