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겁이 많은 편이다. 어릴 때부터 겁많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늘 주저하고 머뭇거리는 편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느리다. 느리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고 살았다. 곰이라는 별명도 있다. 때로는 이 규정들이 지겹도록 싫을 때가 있다. 이것이 내 정체성인가 싶어서 혼란스럽기도 하고 그렇다.

아이들을 데리고 운동을 시켜보면 확연히 겁많고 느린 아이들이 구별된다. 얼굴표정에 쓰여져 있다. 무슨 사정인지는 몰라도 약간은 겁에 질린 표정이다. 그것은 삶에 대한 두려움이다. 같은 동료인 친구들에게 핀잔을 듣거나 따돌림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그런 아이들은 혼자 있을 때, 혹은 집에서만 자기의 본성을 드러낸다. 그 때는 두려움이 없다. 자기만의 세계에서는 겁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세계. 그러나 어둠은 싫어한다. 한낮의 고요함과 외로움도 싫어한다. 누군가 지켜주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움직인다. 이것은 정체모를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귀신같은 알 수 없는 존재가 자기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일까? 이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해도 되겠다.

삶도 두렵고 죽음도 두렵다. 두 세계의 중간에 서서 머뭇거리고 있다. 왜 삶과 죽음을 정면으로 쳐다볼 생각을 못하는 것일까? 어떤 선입견이 그를 사로잡고 있는 것일까? 관념없이 세계의 속내를 쳐다본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무엇인가에 사로잡혀서 이 세계의 사물을 바라보면 그것은 어느 순간 헛것처럼 보인다. 도깨비. 근거없는 두려움. 내 두려움에는 실체가 없다. 헛것의 관념이 지배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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