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다녀오는 길에 가게에 들렀다. 아내와 아이가 같이 다녀왔는데, 뜻밖에 커다란 수박이 한 통 들어있었다. 벌써 수박이 제철인 것처럼 나온다. 값도 그렇게 비싸지 않다. 내가 들어보니 무게가 물경 10 kg은 넘을 것 같다. 감기 걸려서 열 난다고 엄마더러 사 달라고 이야기한 모양이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수박 먹자고 난리다. 부엌에서 칼로 몇 도막으로 잘랐다. 그랬더니 옆에서 보고 있다가 하는 말이다.
"아빠. 이건 무슨 칼이야."
"응. 이건 부엌갈이다."
"와아. 크다."
평소에는 과일칼로 토마토나 사과 같은 것만 자르다가 오늘은 부엌칼을 쓰는 것을 보니 신기한가 보다.
꼬맹이가 먹기 좋게 작은 크기로 잘라주었더니 맛있게 먹는다.
"양양양양"
정말로 얌얌얌 하면서 먹는다. 우습고 귀엽다.
그러더니 엄마에게 한마디 던진다.
"엄마 먹어봐. 꿀맛이다."
정말 수박이 꿀맛이다. 어찌나 단지. 무슨 설탕을 버무려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보통 우리가 쓰는 말로는 설탕수박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이거 완전히 설탕수박이네"했는데, 우리 꼬맹이는 꿀맛이라고 한다. 옳은 말이다. 설탕보다는 꿀이 낫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