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아이가 열이 있더니 드디어는 감기에 걸렸다. 목이 붓고, 몸에서 열이 많이 난다. 겨드랑이와 목은 만져보면 확실히 다른 부위와는 다르게 뜨겁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제 저녁 퇴근하고 아이 엄마와 함께 소아과에 갔다. 병원에 가서 기다리는 중에도 자꾸 아빠에게 와 기댄다. 그래서 가만히 쳐다보았더니 눈이 빨갛다. 열이 많이 나서 그런 탓이다. 평소에는 까만 눈동자만 보이던 녀석인데 눈동자 전체가 약간 흐린 색이었다. 가엾은 생각이 들어서 한마디 했다.
"우리 누리 눈이 빨갛네."
그랬더니 잠시 후에 돌아오는 기막힌 한마디.
"아빠 눈도 빨갛다."
그러고 보니 내 눈도 빨갛다. 퇴근하고 난 뒤라 피곤하면 눈에 핏발이 서곤 하는데, 녀석이 꼭 집어낸 것이다.
말에 관해서는 한수도 지지 않는다. 이것이 이제 겨우 태어난지 40개월을 넘긴 녀석의 내공이다. 한번씩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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