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하고 있는데 작은 꼬맹이가 옆에 와서 얼쩡거리다가 엄마 지갑을 발견했다. 손에 쥐는 것을 보고 내가 얼른 지갑을 낚아 채니 이렇게 말한다.
 "아빠. 돈 좀 줘."
 "돈?"
 "응."
지갑을 뒤져보니 동전주머니가 있다. 거기서 10원짜리 동전을 꺼냈다. 다보탑 부분이 나와있는데 깨끗해 보였다.
 "자, 여기 있다."
주면서도 혹시 '이거 싫어. 100원짜리 줘' 할까봐 내심 걱정을 했다. 그런데 돈을 받자 마자 하는 말이 재미있다.
 "와. 황금 돈."
 "그렇네. 황금색이네."
두 말 없이 받아서 간다.
  이제 태어난지 3년하고 4개월이다.  요즘 돈이 무엇인지 알게 된 눈치다. 할머니하고 자주 인근 슈퍼마켓에 가다보니 돈으로 물건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 한 달 사이에 '돈돈'하는 소리를 여러번 들었다. 그래도 아직 돈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돈이 편리한 물건이란 것을 깨달은 정도가 아닐까 싶다.
 
얼마전에는 할머니들 경로당에 놀러갔다가 용돈을 얻어온 모양이다. 늘 매고 다니는 가방에서 돈을 꺼내면서 "할머니들이 돈 줬다. 여기" 하면서 자랑을 한다. 천원짜리 종이돈이 세장이나 된다. 내가 얼른 받아 챙기면서 "이건 아빠가 가지고 있다가 누리 맛있는 거 사 줄게" 했다. 두말 없이 "응" 한다. "응" 하는 소리는 얼마나 귀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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