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 어둠에 덮인 산골짝 다락논 옆을 지나는데
개구리 소리 천지에 가득하다
점점 차가워지는 시간 속에 잠기어 목만 내놓은 채
개구리들이 이렇게 울어대는 건
막막함 때문이이리라
너도 혼자지 너도 무섭지 이렇게 서로에게 물으며
그래 그래 그래 그래 대답하는 소리 가득하다
어둠 속에서 한 목소리로 울부짖으며 외로움을
이기려는 소리 너도 아직 살아있구나
너도 그렇게 견디고 있구나
그래 그래 서로 대답하며 울음의 긴 끈으로
서로를 묶어놓는 소리 밤새도록 가득하다
                                                                       <슬픔의 뿌리>

개구리 소리를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시인이지. 참 재미있다. 이 시를 보니까 떠오르는 것이 이오덕의 <개구리 소리>와 권태응의 <맹꽁이>다. 도시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그리운 친구들이다.  귀가 따갑도록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를 들어보아야 여름이 왔구나 하고 느끼는데. '그래 그래 그래 그래'가 인상적이다. '개굴 개굴 개굴 개굴'이겠지. 앞으로는 나도 이렇게 대답해봐야 겠다. "밥 먹었니"하면 "개굴"하고 말이다. 이 도시라는 정글 속에서 무서움을 이기고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서는 그런 청개구리짓도 필요하지 않겠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