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마당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다
저녁 종소리를 들었다
직장 문을 나서며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가는 차량들
시간을 다투듯 급하게 걸음을 떼거나
신호등 앞에 멈추어 서서 초조해하고 있는 사람들
머리 위를 지나 아스팔트에 깔리는 종소리
아무도 귀를 기울이는 이가 없는 도시 한복판을
떠돌다 사라지는 성당의 종소리
그렇다, 아무도 듣는 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누군가 이 소리 듣고 마음이 움직이거나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 분명히 있으리라 믿으며
울리는 소리가 반드시 있다
반드시 이 소리 듣는 이 있으리라 확신하며
막막한 허공으로 떠나보내는 소리가 있다
그렇게 매일 종을 치는 사람이
<슬픔의 뿌리>
도시와 종소리는 안 어울리는 것 같다. 종소리는 꼭 산천과 농토 위를 울려퍼져야만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도시에도 사람은 살고 있고, 희망 역시 존재하는 것. 이 속에도 '숨은 도인'은 많다. 도를 구하고, 사랑을 찾으면서 자기 그림자를 뒤돌아보며, 혹은 달팽이처럼 느릿한 걸음으로 사물을 살피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 우리는 듣는 이 없어보일지라도 매일 종을 치는 종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