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는가 싶더니 황사가 또 하늘을 덮습니다
세월 흘러도 늘 푸른 염결과 지조를 지닌 그대여
나는 그대가 이 봄에는 정향나무처럼
사람 사는 동네에도 뿌리내리기를 바랍니다
설한풍에도 변치 않던 그대 굳건함 믿는 만큼
훈풍 속에서 짙고 부드러운 정향나무처럼 살아도
그대 변치 않을 것임을 나는 믿습니다
소나무는 지나치게 우뚝하고 단호하여 근처에
다른 수목들이 함께 살기 힘겨워합니다
없는 듯 있으면서 강한 향기 지닌 정향나무는
사람의 마을에 내려와 먼지 속에 살면서도
저 있는 곳을 향기롭게 바꿀 줄 압니다
그런 나무처럼 당신도 낮고 깊은 향기로
사람들 사이에 꽃피기 바랍니다
지금 쓸쓸하고 허전하지만 우리가 그나마
여기까지 온 것은 그대들 때문임을 압니다
그대들이 골목골목 꽃 피어 세상이 풍요롭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세상 속으로 내려온 철쭉도 민들레
조팝나무도 내심으론 다 기뻐할 것입니다
                                                     <슬픔의 뿌리>

 

먼지 날리는 세상 속에서도 의연히 자기 향을 잃어버리지 않는 정향나무. 정향(丁香)이라고 나와 있다. 먼저 저 있는 곳을 향기롭게 바꾸기 전에 자기자신이 늘 향기로운 나무. 소나무의 의연함이 필요하던 시대는 설한풍의 시대였나? 이제 훈풍 속에서 오래오래 꽃피우는 시기가 되었나? 골목 속에 산다는 것이 더 힘든 시대라는 것은 살아보니 알겠다. 일상의 힘은 참으로 거대하다. 생활의 발견이라고 할 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