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지만 꽃은 집니다
흐르는 강물에 실려 아름답던 날은 가고
바람불어 우리 살에도 소리없이 금이 갑니다
사시사철 푸른 나무로 살고자 하던 그대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그대에게 꽃 지는 날이
찾아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그대 이기고 지고 또 지기 바랍니다
햇살로 충만한 날이 영원하지 않듯이
절망 또한 영원하지 않습니다
가지를 하늘로 당차게 뻗는 날만이 아니라
모진 바람에 가지가 꺾이고
찢겨진 꽃들로 처참하던 날들이
당신을 더욱 깊게 할 것입니다
슬프지만 피었던 꽃은 반드시 집니다
그렇지만 상처와 아픔도 아름다운 삶의 일부입니다
                                                                 <슬픔의 뿌리>

꽃이 지는 일이 슬픈 일인가? 그렇다. 단풍이 지는 것이 슬픈 일인가? 그렇다. 바람에 날리든, 저절로 떨어지든 꽃이 지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이제 따스한 봄날은 가고 무더운 여름, 싸늘한 겨울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처참하던 날의 상처가 나를 깊게 할 것인가? 모른다. 처참함이 삶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긴 하지만 삶을 깊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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