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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 교과서 논란 넘어서기
조동일 지음 / 지식산업사 / 2015년 10월
평점 :
조동일 교수의 <한국 문학통사>를 읽어본 사람은 그가 얼마나 넓은 시야를 갖고 있는 줄 짐작할 것이다. 그는 문학사를 통해서 역사를 보는 새로운 거대이론을 세우려고 한다. 그가 역사를 바라보는 역사철학은 이른바 생극론이다. 생극론은 유럽의 변증법과 비슷한 측면도 있지만 좀 다르다. 나는 이 생극론이라는 것이 변증법과 다르게 순환론적인 측면이 있다고 느꼈다. 조동일 교수는 역사를 고대, 중세,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 근대라는 틀로 이해한다. 중세는 전기와 후기로 나뉜다. 근대가 가진 많은 문제들을 그는 중세의 틀을 다시 도입하여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게 이른바 생극론적 바탕에서 주장되는 것이다.
조동일 교수는 이번에 일어난 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도 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 현 정권이 추구하는 국사교과서 국정화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일이라고 잘라서 말한다. 오히려 그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대상은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야당들이다. 그들이 문제를 국사교과서 국정화에만 좁혀서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좀 더 거시적으로 역사문제를 접근하자고 한다. 지금처럼 국사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고 한다. 국사의 차원을 넘어서서 동북아시아 문명사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사상이 2010년에 나온 <동아시아문명론>에 나온다고 한다.
책에는 한반도의 역사가 가진 특징을 주변나라들과 비교하는 대목이 나온다. 중국과 일본, 베트남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내전이나 외침이 적은 편에 속했다고 한다. 칼보다는 글로 논쟁하는 역사가 깊었다고 말한다. 반도 국가라서 물산도 풍부하고 전쟁도 적은 편이라서 백성들이 살기가 편했다고 한다. 이건 주변 나라들의 역사와 비교해서 그렇다는 말이다. (오해없기를). 또한 중국에 대한 사대정책도 당대의 국제관계에 비추어보면 우리가 오해하듯이 식민지나 반식민지 같은 성격이 아니라 평화로운 국제체제를 만들기 위한 일종의 협약 같은 것으로 파악한다. 이런 면에서 보면 역사는 굳이 긍정적인 시각으로 볼 것도 없이 이미 긍정적이다. 우리는 외침이 오면 적극적으로 저항한 민족이었다. 베트남과 비슷한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세계사적으로 보면 이렇게 식민지화에 저항한 민족도 드물다는 말이다. 다른 분야도 그렇듯이 역사는 비교가 중요하다. 남과 비교해보아야 나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쉽다는 것이다. 조동일 교수가 <한국문학통사>이후에 주력한 작업이 비교문학이다. 세계사적인 비교를 통해서 비로소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학의 특성이 밝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