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렇다. 바로 그 브라이슨이다. <나를 부르는 숲>을 쓴 그 브라이슨이다" 이게 이 책의 홍보문구 중 하나였다. <나를 부르는 숲>을 읽어본 사람은 이 말이 의미하는 바를 알 것이다. 자유롭고 비판적이고, 유머러스한 지성의 소유자인 브라이슨의 글을 읽어본 사람은 그의 글에 매료되게 되어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여행작가인 브라이슨이 쓴 '과학교양서'다. 정확한 번역어는 <거의 모든 것의 간단한 역사>가 되겠다. 아니면 소사(小史)라고 해도 되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해서 탐색한 인간의 지식사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연과학적 지식에 대해서 거의 다 다루고 있다. 브라이슨이 뒤에 붙인 참고문헌목록을 대강 헤아려보니 300권 정도 될 것 같다. 그가 이 일을 하는데는 3년 정도 걸렸단다. 읽고, 문답하고, 여행하고, 글을 쓰는데 걸린 시간이 그 정도다. 책속에 도표나 그림, 사진이 하나도 없으니 어쩌면 글쓰기는 쉬웠을 수도 있겠다. 거꾸로 본다면 더 어려울 수도 있겠다. 순전히 글로 모든 것을 설명해내야 하니 말이다. 여하튼 그는 이 일을 아주 성공적으로 해냈다. 원자세계에서 세포, 우주, 공기, 물, 심해, 빙하기와 공룡시대, 호모 에렉투스에 이르기까지 거의(nearly) 다루지 않는 영역이 없을 정도다. 그러다보니 수박겉핥기식으로 대충대충일수도 있겠는데, 브라이슨은 핵심을 잘 짚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자기가 공부해서 이해한만큼만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신뢰가 간다. 고등학교 때까지 과학교육을 받은 정도라면 이 책을 읽고서 머리 속 지식을 재조정하고 보충하면서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이 책은 개론서이다보니 자연과학의 다른 영역을 더 읽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생물학 쪽의 책들을 더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포의 세계는 정말 흥미를 당겼다.

브라이슨은 여행작가답게, 이 책을 책들의 무덤 속에서만 쓰지 않고 모든 자료를 답파하고 필요한 곳을 직접 찾아가서 전문가와 비전문가 모두를 만난 뒤에 썼다. 그래서 더욱 실감이 난다. 브라이슨의 다른 책이 그렇듯이 곳곳에 땀과 고뇌의 흔적이 배어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옐로스톤국립공원을 묘사한 부분은 영락없는 다큐멘터리다. 나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필름이나 마이클 무어의 <볼링 포 콜럼바인>을 떠올렸다.

결론부분인 제30장의 제목은 '안녕'이다. 왜 그런가 했더니 '멸종'에대한 이야기였다. 인간이라는 이 특별한 종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사명에 대한 이야기다. 지구라는 행성자체 뿐 아니라 그 안에 사는 다종다양한 생명체들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서 인간이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도도새는 최악의 경우였다. 인간이 다른 생물들에게 근본적으로 나쁜 존재일수도 있다는 의문은 다음의 수치로 표현된다. 생물의 역사전체를 통틀어서 지구의 멸종 속도는 4년마다 평균 한 종이 사라졌다고 하는데, 오늘날 인간에 의한 멸종은 그보다 최대 12만배나 된다는 거다. 결국 인간의 지구의 암덩어리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자기성찰이 필요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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