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는 모두 70여편의 에세이가 실려있다. 주로 그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그 밖에도 그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것들, 동물들, 사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는 시시한 일에서도 재미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모든 이야기꾼들이 그러하듯이 그는 예리한 관찰자다. 그는 인류의 이야기꾼 전통을 잇는 사람이다. 소설로 풀어낼 수 있는 것들을 그는 에시이로 남겼다. 나에게 그는 미국의 작가들인 빌 브라이슨, 스티븐 킹, 레이먼드 카버, 스캇 펙과 같은 종류의 인간이다. 그들은 재미있고 심오하다.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고 알고보면 너무 재미있다는 게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다.
풀검의 책에는 신조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2003년에 쓴 수정판 머리말에는 그가 쓴 이야기꾼의 신조가 있다. 모두 6개조다. 그는 아마 이 신조는 오랜세월 동안 변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상상력은 지식보다 강하다. 신화는 역사보다 강력하다.
꿈은 사실보다 힘이 있다.
희망은 늘 경험을 이긴다.
웃음만이 슬픔을 치유한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상상력, 신화, 꿈, 희망, 웃음, 사랑은 모두 인간이 만들어낸 정신적인 가치들이다. 인간은 어쩌면 이런 것들 때문에 사실과 역사, 경험, 죽음, 슬픔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도착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지구에 번성하는 비밀일지도 모른다. 특히 모든 것의 앞에는 상상력이 있다. 상상하는 힘은 우리는 전혀 다른 우주로 데려간다.
책 제목에서 말하는 바, 유치원의 모래성에 배운 것은 16가지다. 그는 어른들의 세계에서도 이 어린시절에 배운 진리를 행동으로 옮긴다면 지구는 좀 더 평화롭고 살기좋은 행성이 되리라고 말한다. 문제는 늘 믿음이 아니라 행동이다. 이것은 기독교를 믿지 않았던 그의 아버지가 늘 하던 말 속에 들어있다. "네가 뭘 믿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네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야." 이건 어쩌면 예수가 말한 이야기 중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와도 통한다.
무엇이든 나누어가지라.
공정하게 행동하라.
남을 때리지 마라.
사용한 물건은 제자리에 놓으라.
내 것이 아니면 가지지 말라.
다른 사람을 아프게 했으면 미안하다고 말하라.
우리는 모두 죽는다.
모든 단어중 가장 의미있는 단어인 '보다'(look)을 기억하라.
풀검의 에세이는 사실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것들이다. 보통과 다른 것은 그의 독특한 시각(look)이다. 그가 뉴욕의 택시기사를 만나고서 썼던 글에 나온 것처럼 '모든 것은 태도에 달려있다.' 어떤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어떤 태도로 대할 것인가가 그의 사람됨을 결정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기억에 오래 남는 사람과 사건들, 동물, 사물들이 있다. 낙엽청소부인 청각장애아 도니, 매년 크리스마스에 구세군 냄비를 들었던 '위대한 이교도'인 풀검의 아버지, 신학대학원 은사인 바틀렛 학장, 진공청소기 파는 남자, 구두닦이 엘리 에인절, 1인 성가대 소년, 버펄로 술집에서 만난 인디언 춤꾼, 인어소녀, 인도인 독립운동가 메논의 보좌관의 아들, 16년동안 그의 머리를 깎아준 이발사, 옆집 흑인남자, 그리고 거미와 너구리, 고장난 뻐꾸기 시계, 버섯, 민들레, 그리고 베토벤 9번 교향곡. 이들은 모두 시트콤의 등장인물들처럼 느껴진다. 에세이 한 편은 적어도 10분 정도 분량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 중에서 가장 독특한 이야기는 단연 '의자 조종사' 래리 월터스의 비행일 것이다. 너무나 기발한 이야기라서 충격적이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설마'한다. 래리 월터스를 기념하는 웹사이트와 그의 비행사진을 보여주면 '우와'한다. 그는 1982년에 33살의 트럭운전사였다. 그는 정원용 알루미늄 의자에 헬륨을 가득 채운 45개의 풍선을 묶고 로스엔젤레스 국제공항 위로 날아올랐다. 16,000피트(4,878미터)까지 올라갔다. 그는 낙하산, 라디오, 캔맥주 6개, 땅콩버터와 샌드위치, 내려오기 위해 풍선을 떠뜨리는데 쓸 BB총을 갖고 있었다. 나중에 미연방항공국은 래리에게 '허가받지 않은 민간항공기를 조종한 죄'와 '공항 위를 날면서 관제탑과 교신하지 않은 죄'로 벌금 1,500달러를 물렸다. 그는 이 일로 유명해져서 <뉴욕타임즈>에도 실리고, 텔레비전에도 출연했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다. 그는 10년 뒤인 1993년에 로스엔젤레스 국립공원으로 등산갔다가 총으로 자신의 심장을 쏘았다. 이것도 충격이다. 풀검은 이렇게 썼다. '그가 느낀 절망의 깊이가 그가 가진 상상력의 높이와 비슷해서였을까.' 풀검의 방 벽에는 래리 월터스가 하늘을 나는 사진이 걸려있다고 한다.
또 한 사람 기억나는 이는 유대인 구두닦이 엘리 에인절이다. 그는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이다. 동시에 학식과 사랑이 풍부한 사람이다. 학교는 안 다녔지만 독학으로 여러 개의 외국어를 능숙하게 할 줄 앍고, 역사와 철학, 신학에도 박식하다. 그는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는 신념의 소유자다. 그 믿음을 바로 행동으로 옮긴다. 보상을 바라지 않고 좋은 일을 하는 것을 유대인들은 미츠바(mitzvah)라고 한다는데, 그는 미츠바의 대가다. 풀검은 그를 땅 위에 내려온 천사라고 말한다. 그의 심성은 그대로 아들과 딸들에 물려진다. 그들도 미츠바를 행한다. 그 결과로 세상은 더 살기 좋아진다. 그리고 그런 미츠바를 행하는 이는 미국에만 있는 게 아니라 인도에도 있다. 인도인 독립운동가 메논은 늘 자선을 행한다. 그는 젊은 시절 어느 이름모를 시크교도에게 받은 자선을 잊지 않고 죽을 때까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선을 베푼다. 그 자선은 돌고 돈다. 이런 가르침은 이슬람교의 수피즘에도 있다. 모든 인간적인 종교에는 이와 같은 가르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