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암아이별학교 수업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김지현(가운데) 교장으로부터 천체망원경 보는 법을 배우고 있다. 현암아이별학교 제공
현암아이별학교 김지현 교장

김지현(37)씨는 별을 좋아한다. 강원도 동해의 고향마을에서 바라보던 밤하늘의 별을 지금도 기억한다. 고교 때 천체망원경으로 띠가 있는 토성을 관측했을 때의 전율은 아직도 몸이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는 자라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저 별들을 늘 가까이서 지켜보며 살겠노라 마음 먹었다.

김씨는 지금 어린 시절의 다짐처럼 산다. 김씨는 현암아이별학교 교장이다. 그는 3개월 단위로 열리는 별학교를 통해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상상력을 키워준다. 별학교는 서울 한복판에 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현암사 사옥에 있다. 이곳에는 매주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초등학생들이 그를 따라 별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10일은 날이 흐려 수업이 취소됐다. 대신 김 교장의 ‘특강’을 들을 수 있었다. 강의는 그가 심혈을 기울여 모은 영상자료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태양계가 속한 은하계와 안드로메다 등 아름다운 모양의 성운과 페가수스 자리, 물고기 자리, 큰곰 자리 등 별자리들, 그리고 화성, 목성, 토성 등 태양계 행성의 모습을 담은 3차원 영상물은 환상적이라는 말로도 표현이 모자란다. 빅뱅에서 지구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영상물은 어떤 판타지 영화보다 놀라운 광경을 연출한다. 이날은 못했지만 다른 날 같으면 교실 수업이 끝나고 수강생들이 현암사 옥상으로 올라가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하는 시간을 가진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은 세상에서 가장 넓고 오래되고 아름다운 미술관입니다. 돈도 필요없어요. 고개만 들면 드넓디 넓은 우주를 자신의 가슴 안에 담아낼 수가 있습니다. 공부와 컴퓨터에 매몰되어 혼자 생각할 겨를조차 없는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는 기회지요.”

2001년 7월 문을 연 현암아이별학교는 지금까지 3천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공개관측행사에 참여한 사람까지 합하면 그의 안내로 별세계를 찾은 이들은 5천 명이 넘는다. 그들 모두 밤이면 가끔씩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들만의 우주여행을 하리라.

별학교 교장으로, 2003년 한국과학문화재단의 과학기술홍보대사로 선정되어 각급 학교에 강의도 다니는 별 전문가지만 그의 전공은 물리학이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서도 그는 고교 때의 꿈을 잊지 않고 별 관측 동아리인 천문반에 들어갔고 1990년 전국대학생아마추어천문회 회장을 지낼 정도로 열심히 별 헤는 밤을 보냈다.

대학 졸업 뒤 안성천문대에서 일하던 그는 98년 <밤하늘로 가는 길>이란 책을 내면서 현암사와 인연을 맺게 된다. 천문회 활동 때 알게 된 김동훈씨와 함께 엮은 이 책은 별관측을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안내서다. 그가 처음 망원경을 갖게 됐을 때 어떻게 별을 보는지 몰라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으로 별을 보고자하는 이들을 위해 만들었다. 그 뒤에도 그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풀코스 우주여행> <별대장과 함께 떠나는 우주탐험시리즈 별자리> 등 별과 관련된 4권의 책을 더 냈다.


그 인연이 별학교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김씨는 2000년 현암사에서 사옥을 개보수한다는 말을 듣고 천체망원경을 만들어 기증하기로 마음먹었다. 대학 동아리 후배들까지 동원해 반사경을 깎고 황동으로 뼈대를 만드는 데 1년이 걸렸다. 그가 천체망원경을 기증하자 자연스럽게 별학교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다. 현암아이별학교는 그렇게 개교했다.

별학교는 12월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매주 목요일 저녁 8시에는 ‘별자리탐험’(참가비 1만5천원)이, 수요일 7시30분부터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우주과학강연’(참가비 2만원)이 참가자를 기다리고 있다. 모두 하루짜리 프로그램이다.

김씨는 별학교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누구나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자리를 소개했다. “저녁에 해진 뒤 7시쯤 서쪽 하늘을 보세요. 제일 밝은 별이 금성입니다. 그로부터 2시간쯤 뒤인 9시께 이번에는 동쪽 하늘을 바라보세요. 아주 밝고 불그스레한 별이 나타납니다. 화성이지요.”(02)313-2729.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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