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교육학, 비고츠키 - 한국 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비고츠키 교육학 입문서
진보교육연구소 비고츠키교육학실천연구모임 지음 / 살림터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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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 비고츠키(1896-1934)는 심리학의 모차르트, 미래에서 온 사람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대단한 통찰력과 열정의 소유자였던 그는 폐결핵으로 38세에 요절한 천재다.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거대하다. 신자유주의와 경쟁교육이 만들어낸 황폐한 사회와 학교현장에 그가 제시하는 ‘협력과 발달’의 교육학은 마치 복음처럼 들린다. 공생애 활동 3년만에 인류에게 사랑의 복음을 전해주고 떠난 예수처럼, 비고츠키도 짧은 활동기간에 인간과 교육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과 처방을 남겨주고 떠났다. 그는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도 병상에서 <생각과 말>로 구체화된 사상을 제자들에게 남겼다. 그의 사상은 소련의 관변과학에서 탄압받았지만 30여년이 지난 후 다시 부활했다. 그의 사상은 현대적인 발달 심리학과 뇌과학, 인지과학의 성과를 예언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시대를 앞서갔다.

 

이 책은 비고츠키 교육학에 대한 입문서다. 비고츠키 교육학의 핵심개념과 원리들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저자들이 오랫동안 비고츠키 저작들을 가지고 세미나를 하고 현장에 적용하면서 고투해온 흔적이 엿보인다. 덕분에 우리는 비고츠키 이론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지도를 건네받은 셈이다.

 

책은 모두 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는 비고츠키 교육학의 기본관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관계와 협력을 통한 주체적인 인간발달이 교육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2장에서는 고등정신기능에 대해서 다룬다. 도구와 기호의 문제, 창의성에 대한 비고츠키의 견해를 알 수 있다. 3장에서는 생각과 말의 문제를 다룬다. 비고츠키의 마지막 저작인 <생각과 말>을 자세히 풀어 쓴 글이라고 보면 되겠다. 4장에서는 근접발달영역과 오브체니(우리말로 교수-학습)에 대해서 다룬다. 용어가 어려워서 심오한 것 같지만 그다지 어려운 영역은 아니다. 학교 교육현장에서 꼭 필요한 영역이기도 하다. 5장에서는 유아에서 청소년까지 인간발달이 이루어지는 역동적인 과정을 설명한다. 6장에서는 비고츠키 교육학이 교육현장에서 실천적으로 적용된 사례를 다룬다. 배움의 공동체나 혁신학교 운동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다. 실천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관심있게 볼 부분이다. 보론에서는 비고츠키의 주요저작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본 부분은 고등정신기능의 문제를 다룬 2장과 생각과 말의 관계를 다룬 3장이다. 물론 실천적인 적용의 문제를 다룬 4장도 흥미로웠다. 모두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의 문제, 어떻게 자유의지를 지닌 주체적인 인간이 형성되는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것은 철학과 교육학의 문제이기도 하면서 인간이 다루는 모든 학문의 궁극적인 지향점이기도 한 영역이다.

 

보통 인간을 규정할 때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 사회를 이루는 존재, 말하는 존재라는 정의를 많이 인용한다. 약간 식상하기도 하지만,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기호는 심리적인 도구라고 한다. 기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다. 비고츠키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언어라고 말한다. 언어활동에서도 고등기능을 가지는 것은 글쓰기다. 입말과 글말은 똑같은 말 같지만 엄연히 구분되는 기호다. 단지 우리가 날카롭게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이 지점에서 이오덕 선생의 글쓰기 교육이 가지는 교육학적 의미를 새롭게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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