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 책을 쓰는 사람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
임승수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임승수의 이름은 신문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었다. 초기작인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는 임승수란 이름을 대중적으로 알린 대표작이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차베스를 국제면의 한 인물에서 우리에게 연관된 한 인물로 다룬 최초의 시도가 아니었나 싶다. 이후에 그는 경향신문에서 2013년에 '뉴 파워라이트 2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 기사를 통해서 그가 꾸준히 글쓰는 작업을 해 오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글쓰기나 책쓰기 관련해서 인터넷 서점 검색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책쓰기에 관해서 좀 더 실제적인 조언을 해줄 만한 책을 찾고 있었는데, 그의 책은 안성맞춤이었다. 읽어보니 좋은 정보들이 수두룩하다. 상당히 실용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책제목을 상당히 잘 지었다. 임승수의 말처럼 책에서 제목은 독자에게 선택받기 위한 최고의 전략이다. 제목은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해주는 최고의 홍보니까. 이 책 제목은 삶과 책을 연관짓는다는 점에서 한번쯤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제목이다. 책이란 것과 삶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저자의 말인즉슨, 책을 쓰고자 하는 자에게는 책으로 쓰고 싶을 정도로 간절하게 할 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간절한 욕구는 오로지 자기 삶으로 밀고가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런 삶의 구체과 간절함이 없이 막연하게 책 한 권 쓰야지 하는 생각만으로는 책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책에는 임승수의 삶의 이야기가 중간중간 양념처럼 나온다. 임승수의 삶은 책을 쓰기 전과 책을 쓰고 난후로 나뉜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글쓰기와는 거리가 있던 평범한 공학도의 삶을 살던 그는 대학에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만나면서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모피어스가 주는 빨간약을 먹고 난 뒤 진짜 세계를 만나게 되었듯이 마르크스는 그에게 세상을 보는 전혀 다른 시야를 주었다는 것이다. 임승수는 이후에 민주노동당 활동을 하고(2004년 무렵이다. 민노당이 최고로 주가가 높던 시절!) 또 차베스라는 21세기의 사회주의자를 파고들면서 새로운 책을 한 권 써내게 된다. 우석훈이 <88만원 세대>로 기억되듯이 임승수는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와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으로 알려졌다. 이후에 그는 5년간의 벤처회사 생활을 청산하고 인문사회분야 저술가로 전업하게 된다. 그 뒤 9년간의 작가 생활 동안에 10권이 넘는 저술 작업을 하고, 각종 강연과 팟캐스트 방송의 진행자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임승수에게는 <자본론>과 맺은 인연, 그리고 거기서 생긴 에너지로 저술한 두 권의 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책을 쓰기 위해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태도를 말한다. 2부에서는 실제로 책을 쓰게 되었을 때 만나게 되는 기획서 쓰기, 목차쓰기, 글쓰는 요령, 제목 짓기 등을 다룬다. 3부는 계약서 쓰기, 인세, 책홍보, 강연, 인터넷 연재 등의 책쓰기 전후에 실제로 부딪치는 상황 등에 대해서 이야기해 준다. 그리고 글의 사이사이에 9개의 인터뷰가 들어있다. 자기만의 내용으로 책을 쓰고 이제 막 작가가 된 이들과 일본만화 번역가, 편집자들을 만나서 책쓰기에 대하여 실제적인 고민들을 들어본다. 이것도 볼 만하다. 이 부분에서 나는 고조선에 대해서 다룬 김상태라는 작가, 예스24 블로그에서 껌정드레스란 필명으로 이름을 날리다가 드디어 역사분야 저술가로 독립한 박신영 같은 작가들의 이름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일반적으로 단행본이란 결국 200자 원고지 1,000매를 쓰는 일이다. 그 정도면 300쪽 안팎의 분량을 가진 책이 나온다. A4용지로 글을 쓴다면 125장 정도다. 매일 2장씩 쓰면 2달 정도에 초고가 완성된다. 이 책에는 초고 완성 이후에 퇴고하는 이야기는 별로 안 나온다. 아마도 인문사회분야 저술가라서 그런지 문장에 대한 고려는 그렇게 많이 하지 않는 것 같다. 문학을 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관련 책을 보면 퇴고를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무래도 문장을 중시하는 작가와 정보전달을 위주로 하는 실용적인 책의 작가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는 기획안과 목차를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기획안과 목차 속에 작가가 쓰고자  하는 책에 들어갈 생각이 상당부분 드러난다는 것이 출판사 편집자들의 생각이란. 보통 논문이나 책을 쓰기 전에 먼저 해야 하는 것이 머리말과 목차를 써보라는 것이다. 머리말이 일종의 기획안에 해당하겠다. 목차에는 책에 들어갈 글의 짜임새가 나타난다. 건축으로 치자면 설계도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책을 인쇄할 때 보통 2,000부 정도 찍어낸다고 한다. 책이 잘 팔려서 인쇄를 거듭하면 2쇄, 3쇄로 계속 나간다. 초판을 찍어낼 때 출판사는 저자에게 계약금을 지급하는 데 이것이 일종의 선인세다. 대개 100만원 정도 받는다고 한다. 저자는 보통 책값의 10% 정도를 인세로 받는다고 한다. 15,000원짜리 책을 냈다고 치자. 초판 1쇄 2,000부에서 마케팅용 300부를 제외한 책인 1700권의 10%를 받는다면 255만원 정도를 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것도 초판이 다 팔렸을 때를 전제했을 경우에 그렇다는 말이다. 책 한 권 쓰는 데 들어가는 시간은 보통 1년 정도로 본다. 다치바나 다카시 말처럼 책 한 권을 쓰려면 100권 정도는 읽어야 한다는데, 그렇게 열심히 읽고, 쓰고 퇴고하는 과저을 거쳐서 버는 돈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면 좀 허무할 것 같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라는 소리다. 그렇지만 책을 쓰는 데서 얻는 무형의 에너지와 책을 쓰고 난 뒤에 겪게 되는 새로운 경험이 저자에게 자꾸 새로운 책을 기획하게 만든단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책만 써서 밥벌이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책을 쓰게 되면 별일을 다 겪게 된다고 한다. 책읽기도 몇 시간짜리 모험이지만, 책쓰기는 그보다 더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만든단다. 그것은 저자가 겪은 지난 9년간의 삶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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