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스타일이다 - 책읽기에서 글쓰기까지 나를 발견하는 시간
장석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제사로 쓰인 사무엘 베케트의 시도했었다/ 실패했었다/ 상관없다. 다시 시도하라/ 더 잘 실패하라가 마음에 쏙 든다. 해병대의 안 되면 되게 하라비슷한 느낌도 나지만 베케트의 이 말은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실패를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는 것, 용감하게 다시 도전하는 자가 되라고 격려하는 점이 좋다. 꼭 성공하지 않아도 된다. 더 잘 실패하면 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에 깨달음이 오고 환희가 온다.

 

이 책은 모두 5개의 영역으로 구분된다. 지은이는 독자를 밀실에서 입구, 미로, 출구를 거쳐서 마침내 광장으로 인도한다. 밀실은 책읽기를 통해서 작가가 되는 꿈을 꾸는 곳이다. 입구에서는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알아야할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영광만이 아니라 고독과 굶주림, 재능에 대한 회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을 견뎌야만 작가는 만들어진다. 미로에서는 글쓰기에서 마주치는 문제들을 다룬다. 문법적으로 바른 글을 쓴다는 것, 매일 의무적으로 글쓰기, 일기 쓰기, 여행을 통해서 낯선 자기와 대면하기를 통해서 작가는 단련된다. 출구는 작가가 가야할 길을 일러준다. 자기만의 문체를 갖춘다는 것과 등단의 길, 문학하는 자는 세상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이야기한다. 마지막 장인 광장은 제일 두껍다. 장석주가 고른 12명의 작가들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김연수, 어니스트 헤밍웨이, 김훈, 무라카미 하루키, 허먼 멜빌, 피천득, J.D.샐린저, 다치바나 다카시, 최인호, 박경리, 알베르 카뮈, 헤르만 헤세가 그들이다.

 

장석주의 방대한 독서량은 그냥 방대하다 정도로 넘어갈 수 없는 지점이 있다. 그는 시인이면서 비평가, 수필가의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독서광이다. 책읽고 글쓰는 삶에서 희열을 느낀다. 글을 쓰는 것에서도 기쁨을 찾겠지만, 무엇보다도 책을 읽는다는 것에서 원초적인 충만함을 얻는다. 25,000권의 책을 갖춘 서재와 하루 4시간은 글쓰고 8시간은 책을 읽는다는 그의 삶은 모든 독서가에게 이상향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사람이 작가가 되는가? 부지런히 읽고 쓰면 되는가? 장석주는 작가란 무엇이고, 왜 작가가 되려고 하는가에 대한 자의식이 옅은 사람은 작가의 관문을 뚫어내지 못한다고 한다.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따져 묻고, 자의식에 대한 투명한 인식에 이른 사람만이 글을 쓸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는 궁극적으로 자기를 구원하는 일이라고 한다. 글을 통해서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구원의 길에 이르게 된다.

 

사람에게 구원이란 무엇이냐는 저마다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성공과는 분명히 다른 것 같다.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벌거나, 남보다 높은 지위에 올라가면 성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구원받았다고 하지는 않는다. 구원의 문제는 이른바 행복의 문제, 깨달음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약간은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느낌도 나는 말인데, 책읽기나 글쓰기에서 말하는 구원은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고, 더 이상 자기를 죽일 듯이 괴롭히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다. 책을 통해서 말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자기만의 글쓰기를 통해서 내면의 소리를 듣다가 보면 자기도 모르게 옛날의 무의미에서 벗어나 자기자신과 세상에 대해서 새로운 통찰에 이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와 글쓰기는 구원의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박경리든, 김연수든, 헤밍웨이든, 다치바나 다카시든 간에 인생의 어느 시기에 자기의 정체에 대해서 고민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지 않은 작가들이 있을까? 다치바나 다카시 같이 자기에 대한 고민이라고는 없이 시종일관 냉정했을 것 같은 작가조차도 청춘의 표류를 겪었다지 않은가. 문제는 그들이 어느 순간에 단단한 땅에 도착해서 거대한 성채를 쌓아올렸다는 점이다. 그들의 작품은 모두 표류와 불시착, 노동의 흔적을 담고 있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변했는지 알고 싶으면 장석주처럼 읽고, 읽고 또 읽으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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